‘카트라이더’의 차트 역주행에는 데이터에 기반한 냉철한 분석이 있었다. 오랜 시간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과감히 욕심을 버린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25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넥슨사옥에서 진행된 넥슨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김동현 넥슨 PM(프로젝트 매니저)은 ‘카트라이더 PM이 이야기하는 2018년 라이브 서비스: 차트 역주행’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카트라이더’는 2004년 6월 출시해 올해로 15살이 됐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PC방 점유율 15위 안팎을 오르락내리락 했으나 근래 급속도로 이용자 수가 증가하며 상위권에 안착했다. 게임트릭스 기준 ‘카트라이더’의 3월 PC방 점유율은 3.87%로 리그 오브 레전드, 배틀 그라운드, 오버워치, 피파온라인4에 이은 5위를 기록 중이다.
김 매니저는 이 같은 차트 역주행이 게임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생각의 전환, 그리고 과감한 변화에서 비롯됐다면서 이를 ‘성장 레시피’에 빗대 소개했다. 김 매니저는 “장단점을 정확히 파악해야 하고, 때론 이용자가 되어보는 것도 좋다. 이용자와 소통하고, 시장의 변화에 발 빠르게 움직인 결과 차트 역주행의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김 매니저는 일단 게임의 특성과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안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게임 인지도가 괜찮았다. 누구든 카트라이더는 잘 알았다. 그리고 게임 사양이 낮다. 접근성이 쉬운 것은 큰 장점이다”고 전했다. 이어 “15년간 쌓은 데이터 또한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약점도 있었다. ‘카트라이더’는 소위 ‘초딩 게임’이라는 인식도 강했다. 김 매니저는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결코 이용자는 좋게 플레이하지 않았을 것이다”고 했던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아울러 대규모 콘텐츠 개발 시간도 부족했다. ‘카트라이더’는 연간 계획으로 개발을 하는데, 필요로 하는 시스템을 단기간 개발하기엔 여력이 부족했다. 결국 여건을 최대한 끌어올려 지표를 올려야 했다.
김 매니저는 “PC방 게임 순위가 상당히 고착화되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게임이 나와도 순위권에 들어가지 못하면 금방 내려앉는 상황이었다. 다만 저희 게임과 같이 라이트한 게임은 순위권에 없었다. 언제든 상위권에 올라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경쟁작이라 할 수 있는 위협 요소가 딱히 없었던 것도 장점이었다. 우리는 강점으로 기회를 살리고, 약점은 보완하여 기회로 만드는 전략을 세웠다. 시장 상황을 역으로 이용하고, 시스템 전략을 새로 짰다”고 덧붙였다.
김 매니저는 데이터 기반의 이용자 성향 파악을 우선적으로 했다고 했다. 넥슨에 따르면 ‘카트라이더’는 이용자 절댓값은 높으나 매일 접속하는 이용자 비중은 적다. 또한 주 3회 접속 이용자가 제일 많고, 매일 접속하는 이용자는 10% 미만이었다. 플레이 타임도 매우 짧았다. PC방의 경우 평균 30분대였다. 심지어 10분도 채 플레이하지 않은 이용자도 상당히 많았다.
김 매니저는 이러한 지표를 바탕으로 다른 게임과 교차되는 이용자가 많다는 결론을 내렸다. 김 매니저는 “저희 게임을 메인으로 하는 이용자 수는 적었다. 그러나 다른 게임을 하면서도 카트라이더를 플레이하는 이용자가 많았다. 그래서 상위 순위의 게임이 점검에 들어가면 카트라이더의 동시 접속자수가 15~20% 정도 급상승했다”고 소개했다.
메인 게임은 목적성을 가지고 플레이하는 게임이다. 긴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반면 세컨드 게임은 이른바 ‘킬링 타임용’이다. 김 매니저는 “‘카트라이더’는 솔직히 세컨드 게임에 속했다. 이를 기반으로 여러 가지 전략을 세웠다”면서 “일단 모바일 게임처럼 서비스하자고 했다. 킬링타임용 게임, 잠시 할 수 있는 게임을 생각하면 모바일이 보통 떠오른다. 그래서 비슷한 전략을 잡았는데 PC 게임보다 다양한 방법론들이 생겼다.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고 전했다.
김 매니저는 직접 게임을 플레이했다. 하루 6시간 가까이 게임하면서 진입장벽이 있음을 체감했다. 또한 원하는 아이템을 구하는 난이도가 상당히 높다는 것을 깨달았다. 개발 당시 재밌으라고 낸 이벤트는 실제로 플레이했을 때 복잡한 느낌이었다.
김 매니저는 패치를 간소화하고, 매주 궁금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재접속을 유도했다. 또한 아이템 획득 확률을 5배 이상 올렸다. 아울러 매출과 엮인 이벤트를 과감하게 무료로 바꿨다. 이용자의 만족이 크게 올라갔다. ‘혜자(가성비가 좋은) 게임’이라는 평가도 서서히 나오기 시작했다. 김 매니저는 “이런 걸 과감하게 줄였다. 정말로 얻고 싶은 아이템을 얻을 수 있도록 하고, 확률도 대폭 올렸다”고 소개했다.
운도 따라줬다. ‘카트라이더’가 화제가 되며 네이버 게임 검색 순위 3위까지 치솟았다. 인플루언서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아프리카TV, 유튜브, 트위치TV 등에서 ‘카트라이더’의 점유율이 올라가며 이용자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문호준 등 ‘카트라이더’를 주력 콘텐츠로 삼는 이들의 시청자수가 급속도로 올라가며 자연스럽게 ‘카트라이더’를 켜는 이용자가 크게 상승했다.
김 매니저는 “최근 게임 콘텐츠가 주력이 아닌 분들도 ‘카트라이더’를 한번쯤 켜면서 대중에 더 좋은 인식이 생겼다”고 전했다.
또 하나로 꼽은 건 ‘로스트아크’의 출시다. 이 게임에 대한 인기가 급상승했지만 게임 접속 대기열이 발생하면서 이 시간에 ‘카트라이더’를 즐기는 이용자가 생겼다. 김 매니저는 “잠깐 즐길 수 있는 게임이지만 보상을 확실히 받을 수 있는 시스템으로 인해 더 많은 이용자가 접속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후 카트라이더 리그 등 대회가 인기가 올랐다. 1층을 채 못 채웠던 넥슨 아레나는 2층까지 가득 메우게 됐고, 결승전을 10년 만에 야외에서 했다. 물론 전 좌석이 매진됐다”고 말했다.
김 매니저는 “저희는 앞으로도 ‘세컨드 게임’으로서 전략을 계속 펴 나갈 계획이다. 이용자와 계속 소통하고, 새로운 재미 요소를 찾으려고 한다. 스트리머들이 숨바꼭질이나 공굴리기 같은 콘텐츠를 만든다. 저희 역시 이런 재밌는 콘텐츠들이 실제 게임 콘텐츠로 정착하도록 개발을 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판교=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