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갑작스러운 추위가 몰아닥쳤다. 프랑스 파리 생제르맹(PSG)을 꺾고 2018-2019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에 진출한 것은 수난을 앞둔 마지막 잔치였다. 이후 치른 9경기에서 2승 7패로 극도의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6위를 맴도는 데 그쳤고 챔피언스리그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일격을 맞았다. 이 가운데 주축 미드필더 폴 포그바가 원망의 대상이 됐다.
맨유는 25일 잉글랜드 맨체스터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맨체스터 시티와의 2018-2019 프리미어리그 35라운드에서 0대 2로 패했다. 단 1개의 유효슛에 그칠 정도로 공격 과정에서 주도권을 잡지 못했다. 맨시티의 중원 빌드업에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하며 고전했다.
문제로 지적됐던 것은 경기력적 요소만이 아니었다. 경기가 끝난 뒤 팀 선배들이 선수들의 정신력 무장이 덜 돼 있다며 맹렬히 비난했다. 전설적인 수비수였던 게리 네빌은 직접 포그바를 거론했다. “산책하는 줄 알았다”며 의지와 집념이 실종됐다고 꼬집었다. 1990년대 맨유에서 미드필더로 활약했던 로비 세비지 역시 포그바의 부진을 패인으로 꼽았다. “에버튼전 혹평 이후 맨시티전에서는 그가 태클하는 모습을 볼 줄 알았다. 그러나 전혀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포그바가 사력을 다해 뛰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부임 초기에 포그바를 공격적으로 활용했던 올레 군나르 솔샤르 감독의 전략은 효과적으로 적중했다. 이전 감독 주제 무리뉴와 다르게 활용했다. 사실상 2선에서의 프리롤 역할을 부여하며 포그바의 위치를 훨씬 전진시켰다. 활동량이 많은 안데르 에레라와 네마냐 마티치를 뒤쪽에 위치시켜 포그바의 공백으로 생기는 수비적인 리스크를 떠안게 했다. 파이널서드에서 자유롭게 공을 받으러 내려오다 보니 맨유의 공격에도 훨씬 역동성이 생겼다. 포그바가 전진성을 띄니 에레라와 마티치의 호흡도 더욱 좋아졌다.
지금은 다르다. 마티치는 부상에서 복귀한 이후 최악의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약점으로 지적되던 느린 발이 특히 부각됐다. 상대 팀의 빠른 공수전환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공격적인 성향이 짙은 포그바 역시 위축될 수밖에 없다. 솔샤르 감독으로서는 많은 활동량을 보여주는 미드필더 에레라가 부상에서 이탈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을 듯하다.
실제로 맨유의 공격 흐름은 눈에 띄게 정제돼 있다. 지난 3경기에서 9골을 내주는 동안 1골도 넣지 못했다. 이날 경기와 마찬가지로 직접 슛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상대 페널티박스 중앙으로의 볼 투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원 장악에서 밀리다 보니 자연스레 후방 빌드업까지 불안해졌다. 포그바를 향한 비판이 거셀 수밖에 없다. 최근 포그바를 둘러싼 이적설이 그의 동기 부여를 흐트러뜨렸다는 분석도 나왔다.
부진 속에도 낙담하기에는 이르다. 4위권 경쟁을 펼치는 첼시와 아스널이 동반 부진을 겪으며 추격 가시권에 있다. 첼시(승점 67)와의 격차는 승점 단 3점에 불과하다. 공교롭게도 29일 홈에서 만날 다음 상대가 첼시다. 맨유로서는 시즌 막바지에 분노한 팬심을 돌려놓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꺾어야 하는 경기다. 그러기 위해서는 포그바의 활약이 첫 번째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