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문희상 만나러 갔지만 빈손으로…사보임 저지 결국 실패

입력 2019-04-25 12:24 수정 2019-04-25 13:35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를 비롯한 바른정당계 의원들이 당 지도부의 사보임 시도를 막지 못했다. 바른미래당은 25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인 오신환 의원을 채이배 의원으로 교체하는 내용의 사보임계를 팩스로 제출했다. 바른정당계 의원들은 최종 결재권자인 국회의장을 설득하기 위해 문희상 의장이 입원 중인 서울 여의도 성모병원을 찾았지만, 문 의장은 면회를 거부하고 사보임계에 사인했다.

유 전 대표 등 바른정당계 의원들은 이날 오전 8시30분부터 사보임계 접수처인 국회 의사과에 집결해 상황을 주시했다. 전날 ‘팩스 등의 전산망을 통한 접수가 가능하다’는 유권 해석이 나왔지만, 당 지도부가 혹여나 인편 접수를 시도할 수도 있는 상황이어서 의사과를 봉쇄했다.

하지만 오전 9시40분쯤 당이 사보임계를 팩스로 제출하고 의사과가 이를 접수함에 따라 바른정당계의 1차 저지 시도는 무위로 돌아갔다.

지상욱 의원과 유의동 원내수석부대표 등이 “과반이 넘는 13명의 바른미래당 의원들이 지도부의 사보임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고 항의했지만 접수를 막진 못했다.

이에 유 전 대표는 “국회의장을 만나 말씀드리겠다”며 문 의장이 머무르고 있는 여의도 성모병원으로 향했다. 사보임계의 결재 권한이 국회의장에 있는 만큼 이를 설득하겠다는 것이다.

유 전 대표와 당사자인 오 의원 등 5명이 병원을 찾았지만 만남은 불발됐다. 의원들이 박수현 국회의장 비서실장을 통해 수차례 면담을 요청했음에도 문 의장이 이를 거부했다. 오 의원은 “전화로 당사자인 나의 의견을 수차례 들어달라고 요청했지만, 문 의장 본인이 모든 내용을 다 알고 있으니 올 필요 없다. 와도 못 들어 온다고 했다”고 전했다.

결국 이날 오전 11시쯤, 문 의장이 바른미래당 지도부의 사보임 요청을 허가하면서 사보임 저지를 위한 의원들의 노력도 수포로 돌아갔다. 문 의장은 바른정당계 의원들이 밖에서 기다리는 가운데 이들을 피해 올라 온 권영진 의사국장의 대면보고를 받고 직접 결재했다.

유 전 대표는 “우리가 박수현 비서실장을 통해서 여러번 만나달라고 간청했지만, 우리보다 늦게 도착한 의사국장과 만나 뒷구멍 결재를 했다”며 “이 모든 게 민주당 이중대를 위한 지시라면, 이분들은 역사의 부끄러운 이름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심우삼 기자 s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