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게임 시대가 열리면서 게임의 기억을 기록으로 남기기가 더 어려워졌다. 적어도 마비노기는 개발 자료가 유실되지 않도록 ‘옛 이야기’를 남기려고 한다.”
김동건 데브켓 스튜디오 총괄은 24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진행된 2019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 기조강연에서 “옛 게임들의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남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게임들도 기록을 남기는 작업을 했으면 한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김 총괄은 국내 온라인게임 산업의 산 증인이다. 2000년 1월 넥슨에 입사해 온라인게임의 기반을 닦은 ‘마비노기’를 개발했다. 그는 과거 대학 전산실에서 ‘둠2’를 처음 접한 뒤 온라인게임의 매력을 알게 됐다고 한다. 그는 “처음 게임기획이 다 받아들여지진 않았다. 당시엔 성공한 사람에게 새 프로젝트를 시작할 기회를 줬다. 그래서 기회를 잡기 위해 좀 더 눈에 띄는 기획서를 만들었다. 그것이 바로 ‘마비노기’다”고 소개했다.
김 총괄은 그래픽 및 사운드 구현, 데이터베이스 구축, 프로그래밍, 카툰 렌더링 등의 과정에서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다면서도 “무엇보다 ‘다정함’을 게임에서 표현하고 싶었다. 현실에서 다정함을 찾기 쉽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게임에서 NPC(논 플레이어 캐릭터)가 빵을 준다든지 생일을 기억하는 등 나눔이 있는 분위기를 초창기부터 녹여냈다”고 말했다.
현재 데브캣 스튜디오에서 개발 중인 ‘마비노기 모바일(가칭)’에 대해서는 “과거의 마비노기를 미래로 전달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단순히 게임을 이식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과거 마비노기에서 이용자들이 느꼈던 것들을 다시금 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 총괄은 ‘마비노기 모바일’이 연말에 출시되도록 준비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총괄은 “게임 개발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은 미래에 더 나은 게임을 만드는 기초가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나라 게임이 발전이 없다고 평가되는 것은 과거의 기억들이 너무 빨리 유실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기억을 기록하고 보존해야 앞으로 더 나은 게임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과거 게임들이 점과 점으로 존재하고 있다. 지금에 와서는 그 점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우리는 그 점을 이어 미래의 게임까지 선으로 이어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마비노기를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처럼, 다른 많은 게임들도 공개된 기록으로 남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판교=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