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작은 카페’라는 표현을 만든 유명 카피라이터는 왜 게임 업계로 시선을 돌렸을까. 크리에이티브는 게임 업계에서 얼마큼 역할을 할 수 있을까.
24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넥슨 사옥과 일대에서 진행된 2019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강연을 맡은 이성하 펍지주식회사 크리에이티브 팀장은 “게임사의 모든 업무에 크리에이티브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크리에이티브가 답인 문제들이 있다”면서 최근 부각되는 게임사 내 크리에이티브의 역할을 소개했다.
이 팀장은 삼성 등 일반 산업분야 카피라이터로 활동하다가 2015년 라이엇 게임즈로 적을 옮기며 처음 게임사에 발을 디뎠다. 그는 “저는 일생에 딱 3가지 게임을 했다. 스타크래프트1, 리그 오브 레전드, 배틀 그라운드다. 이전 회사에서 게임을 많이 했는데, 이직을 할 즈음 라이엇 게임즈의 철학이 눈에 띄었고, 유관업무를 찾다 보니 크리에이터로 게임사에 합류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라이엇 게임즈에서 ‘크리에이티브 커뮤니케이터’란 직함으로 활동한 그는 2017시즌의 시작을 알리는 홍보영상을 기획하는 등 역할을 해나갔다. 그 와중에 적잖은 위기도 있었다. 2016년에 불법 프로그램 사용과 인 게임 욕설 등으로 회사 이미지가 실추되고 게임 점유율이 하락세에 접어든 것이다. 이용자들은 ‘일해라 라이엇’이라는 표현으로 불만을 표했다.
사실 당시 라이엇 게임즈는 솔루션을 준비 중이었다. ‘데마시아’라는 불법 프로그램 감지 시스템를 비롯해 욕설 방지 시스템 등이 한창 연구 중이었으나 아직 공개가 안 된 상태였다. 당시를 회상한 이 팀장은 “그때 ‘일해라 라이엇’이라는 말이 나왔다. 부정적 의미의 이용자들의 질타였다. 그때 오히려 이걸 하나의 캠페인으로 강조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이후 부정행위 프로그램 감지 솔루션, 한국어 욕설 제재, 부정행위 프로그램 판매자 법적 대응 등이 ‘일해라 라이엇’이라는 캠페인 하에 진행됐다. 회사의 이미지가 좋아졌고, 성과 면에서도 회복세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현재 펍지주식회사에서 크리에이티브 콘텐츠 생산을 주 업무로 하고 있다. 이 팀장이 펍지에 왔을 때는 이미 게임은 유명세를 타고 있었다. 게임을 잘 포장하기 위한 마케팅보다는 다음을 생각할 때였다. 이 팀장은 맵 ‘비켄디’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등의 광고 영상에 ‘창의성’을 더했다. 물론 게임사의 브랜드와 가치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했다.
이 팀장은 창의성이 게임의 3가지 영역에서 기여할 수 있다고 봤다. 먼저 론칭 단계에서는 게임에 차별화를 줄 수 있다. 이후 게임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을 때는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감초 역할을 한다. 그리고 새로운 것을 찾아야 할 때 비전을 제시할 수 있다.
이 팀장은 “모든 브랜드는 가지고 싶은 단어들이 있다. 행복, 혁신, 인간, 나눔 같은 넓은 범위의 단어를 누구나 가지고 싶다. 코카콜라는 행복을 50년 동안 이야기했다. IT 기업들은 혁신을 가지고 싶고, 사회적 기업은 인간, 나눔을 가지고 싶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브랜드는 늘 원하는 것과 일치하지는 않는다. 약점이 있기 때문에 PR 같은 것으로 막으려고 한다. 가장 훌륭한 크리에이티브는 브랜드의 본질에 가장 가까이 붙어있어야 한다. 앞서지도, 뒤처지지도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훌륭한 크리에이티브가 되기 위해 브랜드를 이해하고, 훌륭한 브리핑을 작성하고, 아이디어가 자라게 놔두고, 적절한 위험을 감수할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4가지 크리에이티브의 자질로 ▲전문성: 브랜드 이해, 크리에이티브 경험 ▲퀄리티: 높은 크리에이티브 안목, 브랜디드 콘텐츠의 퀄리티 향상, 브랜드 핏과 맞고 뛰어난 파트너와 협업 ▲솔루션: 주어진 과제를 크리에이티브적으로 해결, 개발과의 협업으로 함께 문제 해결 ▲브랜딩: 브랜드 본질에 맞는 크리에이티브와 커뮤니케이션 등을 제시했다.
이 팀장은 “각 성장 단계별로 크리에이티브가 기여할 수 있는 바가 분명 있다”면서 “브랜드의 본질에 가까운지를 기준으로 크리에이티브를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저는 게임회사로 옮기면서도 과연 크리에이티브가 게임사에 필요한가, 스스로 확신이 없었다. 그러나 이후 게임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크리에이티브의 필요성을 알게 되었고, 잘 정리할 수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내가 ‘캐리’해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훌륭한 서포터가 되자는 마음가짐으로 바뀌니 더 일을 잘 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날 자리에 한 크리에이티브 지망생들에게 “게임사 내에서 크리에이티브의 역할을 잘 찾아보면 분명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고 조언했다.
판교=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