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동상보다 16년 먼저 제작된 이순신 동상

입력 2019-04-24 16:49
해군 군수사령부 장병들이 24일 경남 창원 진해구 북원로터리에 있는 이순신 동상 앞에서 경례를 하고 있는 모습. 해군 제공

6·25전쟁 당시 우리나라 최초의 대형 이순신 동상 제작에 참여했던 이진수(96)옹이 24일 해군으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이진수옹은 “먹고살기도 어렵던 시절 나를 포함해서 대원 10여명이 밤늦게까지 주형을 만들고 쇳물을 부어 동상을 만들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우리 손으로 만든 충무공 동상이 진해만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면서 이 전쟁을 끝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동상 건립은 6·25전쟁 당시 국난 극복의 뜻을 모으자는 의미로 추진됐다. 놋그릇 같은 기부 물품을 비롯해 시민과 장병들 성금이 모여 동상을 만들 수 있었다. 당시엔 해군 조함창(정비창)이 대형 동상을 만들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이었다. 1949년부터 해군 조함창에서 주물 담당 군속(군무원)으로 일하던 이진수옹이 동상 제작에 투입된 것이다.
1952년 3월 이순신 동상 제작을 완료한 뒤 해군 조함창 대원들이 찍은 기념사진. 파란색 원 안이 이진수옹. 해군 제공

동상은 51년 11월 제작하기 시작해 이듬해 4월 완성됐다. 서울 광화문에 있는 이순신 동상보다 16년 먼저 제작됐으며, 창원시 근대건조물 제1호로 지정돼 있다. 현재 경남 창원 진해구 북원로터리에 세워져 있다. 높이 4.82m에 너비 1.4m 크기다.

이진수옹이 20년 넘게 일했던 해군 조함창 주물공장은 현재 해군 정비창 지원공장 내 금속공장으로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다. 대를 이어 해군 정비창에서 근무 중인 차남 이치관(57) 주무관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아버지는 그 옛날 힘든 일을 많이 하셔서 그런지 이 직업을 권유하지는 않으셨다. 1994년에 우연히 신문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가 덜컥 아버지 후배가 된 것”이라며 “군무원 후배로서 아버지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진수옹이 이순신 동상 축소모형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해군 제공

해군은 이순신 탄신 474주년인 오는 28일을 앞두고 이진수옹에게 감사패를 전했다. 해군 정비창 박정일 금속직장장은 “충무공 이순신 동상은 해군 정비창의 자부심이자 해군의 자랑”이라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