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주년 ‘스케치북’ 유희열 “상상도 못한 일, 조용필·BTS 초대하고파”

입력 2019-04-23 19:45 수정 2019-04-23 19:52
사진=KBS 제공


“비즈니스가 중요한 세상이지만, 때로는 잘 안되더라도 필요한 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숨을 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그게 또 괜찮은 세상이라는 믿음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지상파 유일 정통 음악 방송 ‘유희열의 스케치북’(KBS2)의 터줏대감 유희열은 프로그램의 원동력을 털어놨다. 23일 KBS 사옥에서 열린 10주년 기념 간담회 자리였다. 그는 “첫 녹화가 끝나고 간담회 자리를 가졌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년이 됐다니 믿기지 않는다. 어색하기도 하지만 굉장히 기분이 좋다”며 미소 지었다.

프로그램은 2009년 4월 24일 첫 전파를 탔다. 1~2%(닐슨코리아)의 시청률에도 존재감만큼은 대단했다. 아이돌 음악 위주의 시장에서 950여팀에 이르는 뮤지션들의 삶과 노래를 꿋꿋이 무대 위로 옮겨왔다. 정상급 가수는 물론 볼빨간사춘기 헤이즈 멜로망스 잔나비 등 실력파 신예들이 존재감을 뽐냈다.


사진=KBS 제공


시청자에게는 한국 음악의 다채로움을 접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통로였던 셈이다. 다양한 뮤지션 발굴에는 제작진의 노고가 깔려있었다. 유희열은 “제작진들 모두 뮤지션에 대한 레이더를 항상 곤두세우고 있다. 무대 영상, 인터뷰 등을 보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추려서 미팅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TV 출연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 아티스트들이 있어 섭외가 쉽진 않다”고 했다.

‘윤도현의 러브레터’ ‘이하나의 페퍼민트’ 등으로 이어지는 KBS 음악 토크쇼의 명맥을 잇고 있다. 낮은 시청률과 음악 시장 변화, 수익 문제 등으로 인해 고비를 겪을 때도 있었다. 프로그램을 연출하는 박지영 PD는 “화려하진 않지만, 대중과 호흡하는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기본 가치에 충실했기 때문에 큰 변화들에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사진=KBS 제공


망가짐을 주저하지 않는 유희열의 입담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이날 유희열은 향후 초대하고 싶은 게스트를 묻는 말에도 “매번 조용필 선생님을 뽑는다. 오늘은 한 팀을 추가하고 싶다. BTS가 빌보드에서 1등을 하고 있는데, 초대해 옆에서 구경해보고 싶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오는 26일 방송되는 10주년 방송도 스케치북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가수 김현철을 비롯해 볼빨간사춘기 크러쉬 우주왕복선싸이드미러의 무대 등이 준비돼 있다. 특별히 준비된 마지막 무대는 유희열이 꾸민다.

그는 “세상과 음악이 많이 바뀌었는데, 나이 많은 내가 하는 게 맞을까 고민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할 수 있을 때까지 열심히 해보고 싶다”고 다짐을 전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