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성향의 경제학자 스티븐 무어(59)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 후보자가 과거 발표한 성차별적인 칼럼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무어는 남자 농구 경기에 여자 심판이 허용된 데 대해 “이젠 총각파티에 여자를 초대할 건가”라고 불평하는가 하면, 아내가 민주당에 투표한 일화를 회상하며 “성차별이 있는 게 당연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22일(현지시간) CNN 등 현지언론 보도에 따르면 무어는 2000년대 초반 보수 성향 잡지 ‘내셔널 리뷰(National Review)’에 게재한 칼럼에서 수차례 여성을 비하했다. 문제가 된 글들은 지금도 온라인상에서 찾아볼 수 있다.
2000년 11월 칼럼에는 아내가 민주당에 투표한 것에 불만을 품고 “여자들은 너무너무 줏대가 없다(sooo malleable)! 성차별이 있는 게 당연하다”고 적었다.
2001년 3월 칼럼에서는 자신을 미국대학농구(NCAA)의 광팬이라고 소개한 뒤 ‘미국적이지 않고 중단돼야 하는 NCAA의 새로운 특징들’을 나열했는데 1순위로 남자들의 농구 게임에 여자 심판이 허용된 점을 꼽았다.
그는 “진보주의자들은 이것이 성평등 승리의 돌파구라며 축하할 것이다. NCAA는 그들이 얼마나 진보적인지를 보여주기 위해 여자 심판을 내세웠다. 하지만 이건 외설(obscenity)”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이제 남자 인생에서 여자로부터 쉴 수 있는 영역은 없는 것인가. 다음은 무엇이냐”며 “총각파티에 여자를 초대할 것인가. 최초의 숙녀 심판이 농구 코치와 한 판 붙는 게 너무 기대된다”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여자 농구를 보는 것에 관심이 없다. 기분이 언짢은 경기가 ESPN(미 스포츠 전문채널)에 방영됐다”고 덧붙였다.
2000년 6월 칼럼에서는 테니스계에서 남녀 동일 임금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며 “여자 선수들은 동일 노동에 동일 임금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 열등한 노동에 동일한 임금을 원한다”고 적었다.
무어는 해당 칼럼에 대한 입장을 묻는 CNN의 질문에 “그건 패러디였다. 나는 유머감각이 있는 사람”이라고 해명했다.
무어를 둘러싼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이혼 후 자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았던 전력과 세금 체납 문제 등 각종 의혹에 휩싸여 상원 인준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백악관은 무어를 둘러싼 논란에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보수성향의 경제학자인 무어가 연준 이사로 임명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거수기 역할을 할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그는 지난달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며 연준을 지속적으로 압박해왔다.
무어와 함께 연준 이사 후보로 지명됐던 허먼 케인(73)은 이날 자진사퇴했다. 케인은 1996년~99년 전국 요식업연합회 회장 시절 여직원들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두 사람 모두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했다.
백승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