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장자연 리스트 사건을 재조사하고 있는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조사단)이 장씨의 성폭력 피해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수사개시 여부를 검토할 것을 권고해달라고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위원회)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다만 곧바로 해당 사건 조사팀 내에서 ‘동의할 수 없다’는 반론이 제기되며 혼선이 빚어지고, 과거사위도 아직 결론을 내리지 않은 상황이어서 최종 권고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대검 진상조사단은 23일 오후 “(장자연 사건을 맡고 있는) 조사4팀은 22일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위원회)에 이 사건 관련 ‘위증 및 성폭력 부분 중간보고’를 했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일단 장씨 소속사 대표 김종승씨가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 명예훼손 사건에서 위증을 한 혐의에 대해 검찰에 수사 개시를 권고해줄 필요성이 크다는 의견을 과거사위에 전했다고 설명했다. 수사 개시가 가능할 정도로 혐의가 특정되고 증거도 있다고 본 것이다. 김씨는 2012~2013년 조선일보가 ‘장자연 리스트’ 사건 관련해 이 의원에게 제기한 명예훼손 재판에서 “장씨 등 소속 연예인을 폭행한 적이 없다”고 증언한 바 있다.
조사단은 여기에 더해 장씨의 성폭력 피해 의혹 부분과 관련 “위원회가 검찰에 관련 수사 개시 여부를 검토하도록 권고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성폭력 의혹 관련 진술들이 있는데 제기된 불법 의혹이 특수강간 또는 강간치상으로 중대하고 공소시효가 남아 있으며,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국민적 요구 등을 고려할 때 검찰에 수사 개시 여부를 검토할 것을 권고해달라는 취지다.
그러나 이 같은 조사단 입장이 언론에 공식 전해진 후 사건을 담당한 조사4팀 일부 관계자가 “동의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제기하고 나서는 등 혼란이 이어졌다. 한 관계자는 “(성폭력혐의에 대한) 수사 권고는 말이 안 되는 것”이라며 “윤지오씨가 의혹을 제기하니 기록을 좀 봐달라는 의미로 ‘일부’ 의견이 나와 (위원회)에 보고한 것이지 이런 식으로 혐의가 인정되는 것처럼 보고된 것이 절대 아니다”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그러면서 “조사4팀 명의로 공식입장이 나간 것이 황당하다”고 밝혔다.
조사4팀 내 4명의 팀원들도 별도 반박 자료를 냈다. 조사팀은 6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장씨 소속사 대표의 위증 혐의에 수사권고하자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면서 “장씨에 대한 성폭력 혐의점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조사한 결과 수사 권고에 이를 정도의 증거가 확보되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조사단원들 중에 만에 하나 공소시효가 남아 있을 경우를 가정해 관련 조사 기록을 검찰에 인계하자는 의견이 있어서 이런 의견을 위원회에 보고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씨의 성폭력 피해 의혹에 대한 수사 개시 검토 권고 문제에 대해 조사단 내에서도 ‘입장 정리’가 제대로 안 된 셈이다.
과거사위 역시 수사권고 부분에 대해 아직 결론을 내리지 않은 상태다. 과거사위 한 관계자는 “수사 개시 검토는 조사 과정에서 이런 진술도 나왔으니 한 번 들여봐달라고 보고서에 담는다는 건데 그에 대한 반론도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위증혐의 부분에 대한 수사권고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하는데, 단순히 그 사안만 권고할 게 아니라 이 사건 전체적으로 종합해 결과를 가지고 발표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안대용 기자 dand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