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이 23일 탈당을 선언하면서 손학규 당 대표와 이 의원의 과거 인연이 주목받고 있다. 이 의원은 민주통합당 소속으로 손 대표가 3선을 한 경기 광명에서 정치 인생을 시작했다. 2012년 19대 총선 당시 민주통합당 특별선대위원장이었던 손 대표는 지역구 후배인 이 의원의 선거를 물밑 지원했다. 정치적 조력자와 정치 신인으로 시작된 두 사람의 관계는 7년 만에 ‘악연’으로 끝을 맺게 됐다.
이 의원과 손 대표의 시작은 ‘훈훈’했다. 이 의원은 19대 총선 당시,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의 전략공천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상대 당의 거물 정치인에 맞서 젊은 여성 정치인을 공천하는 이른바 ‘여성 자객 전략’의 결과였다.
하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았다. 당시 이 의원의 경쟁자는 새누리당 소속의 전재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었다. 전 전 장관은 광명 시장으로 정치에 입문해 같은 지역에서 내리 3선을 한 지역의 거물로 이 의원에게는 버거운 상대였다.
민주당 내 지역 조직도 반발했다. 이 의원의 전략공천이 발표되자 시도 의원들은 ‘지역 경험이 없는 정치 신인을 낙하산 공천했다’며 지도부의 결정을 거부했다.
이때 손 대표의 선거 지원은 이 의원에게 큰 도움이 됐다. 손 대표는 “이언주는 경제계에서 젊은 나이에 훌륭한 업적을 쌓아온 인재로 민주당의 필승 카드”라며 “이 후보에게 힘을 실어달라”고 호소했다. 14대 국회부터 16대까지 이 지역에서 3선을 한 손 대표가 이 의원을 측면지원하면서 지역 내 반발도 잦아들었다. 당 관계자는 “당시 손 대표가 이 의원의 선거를 전폭적으로 도운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했다.
이 의원의 국회 입성 후에도 두 사람의 관계는 순탄했다. 계파색이 분명하지 않았던 이 의원은 한때 손학규계로 분류되기도 했었다.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한 것은 손 대표가 바른미래당을 이끌게 되면서부터다. 당의 정체성을 ‘중도 개혁’으로 규정한 손 대표에 맞서 이 의원은 연일 강경 보수 발언을 쏟아냈다. 이 의원은 손 대표가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에 협조할 뜻을 밝히자 이를 앞장서 반대했다. 손 대표가 역점을 두고 추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서도 부정적 입장을 내세웠다.
급기야 이 의원이 4·3 보궐 선거를 돕고 있는 손 대표를 향해 “찌질하다”고 비판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파국으로 치달았다. 바른미래당이 이 의원에게 당원권 1년 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지만 이 의원은 “보수 진영이 단일대오로 싸워야 하는 상황에서 보수표를 분열시키고 있는 손 대표의 행태가 찌질하다고 했는데 뭐가 문제냐”며 끝까지 물러서지 않았다.
이날 이 의원의 탈당 선언으로 두 사람의 7년 관계도 끝을 맺게 됐다. 이 의원은 탈당 기자회견에서 “손학규 지도부가 나를 징계할 때부터 탈당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제 그 누구도 바른미래당에서 미래를 찾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 바른미래당은 김정화 대변인 명의 논평에서 “이 의원의 정치 행보 앞에 놓인 것이 ‘꽃가마’일지 ‘꽃상여’일지 지켜볼 일”이라고 퍼부었다. 한 야당 정치인은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될 수도 있다는 정치판의 오랜 격언이 생각나는 장면”이라고 했다.
심우삼 기자 s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