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별장 성 접대 사건’의 수사 실무 책임자였던 현직 경찰 총경이 “김학의 사건의 본질이 흐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현직 총경은 23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윤중천씨 별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 과정에서 여성들은 어떤 피해를 봤는지, 경찰이 어렵게 밝힌 사실을 검찰은 왜 두 번이나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는지 밝혀야 한다. 그게 사건의 본질”이라며 “그런데 상황이 엉뚱하게 흘러가고 있는 것 같다. 경찰이 아니면 드러나지 않았을 사건인데도 며칠째 경찰청 압수수색을 이잡듯이 하고 있다. 반면 사건을 두 번이나 모른 척했던 검찰의 잘못에 대해서는 수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범죄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 수사단(‘김학의 수사단’)이 지난 18일 경찰청 정보국과 수사국, 디지털포렌식센터 등을 압수수색한 것에 대해 답답한 심경을 토로한 것이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 2013년 당시 검찰이 비우호적인 태도로 수사를 지휘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저희가 납득할 수 없는 지휘가 몇 번 있었다”며 “예를 들면 변변한 증거가 없는 상황인데도 부인할 게 뻔한 주 피의자부터 불러 조사하라고 하거나 특정인의 범죄 혐의를 빼고 출국금지를 요청하라고 지시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또 “여성들은 진실하고 일관되게 (피해 사실을) 이야기했다. 그런데 검찰만 가면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졌다”며 “검찰은 경찰 수사 초기부터 여성들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했다. 가해자 측 변호인이라면 (피해 여성들의) 진술을 흔드는 데 집중하겠지만 검찰이 왜 그렇게 했을까. 이런 의문을 품고 있다”고 밝혔다.
인사 불이익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사건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던 동료들이 그럴 상황이 아니었는데도 수사 중간에 한직으로 발령됐다”면서 “저는 수사가 끝나고 비수사 부서로 강제 발령됐다. (김학의 수사가) 끝나고 다른 사건의 피의자 검거를 위해 출국했다가 입국하는 인천국제공항에서 ‘너 내보내라고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게 상식적인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박준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