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완전히 떠났다”고 말했다. 총선을 1년 앞두고 거론되는 정계 복귀설을 부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 이사장은 23일 서울 마포구 신수로 노무현재단에서 가진 ‘노무현 대통령 서거 10주기’ 준비 기자 간담회에서 “정치에 거리를 뒀지만 어떤 면에서는 정치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질문을 받고 이렇게 답했다.
그는 “이미 여러 차례 말했지만 전달되지 않은 것 같다. 가르마를 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국가 권력의 기능과 작동 방식에 영향을 미치려는 개별적·집단적 활동이 바로 정치”라며 “(유튜브채널) ‘알릴레오’를 진행하는 것도 정치고, 투표소에서 어떤 후보를 선택하는 것도 정치”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의미의 정치는 모든 시민의 권리이자 의무다. 나도 수십년 동안 했고, 죽을 때까지 할 것”이라며 “좁은 의미에서 정치, 직업으로서의 정치는 조금 다른 문제다. 권력을 직접 잡아 국가의 기능과 작동 방식을 바꾸려는 시도는 안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21대 총선은 내년 4월로 예정돼 있다. 총선은 2017년 5월 출범한 문재인정부의 중간고사 격이고, 다음 대선의 향방을 가늠할 잣대가 될 수 있다. 친노(친노무현계) 인사인 유 이사장의 정계 복귀설이 거론되는 이유다. 유 이사장처럼 당적을 두지 않고 정치 논객으로 활동하는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은 “유 이사장이 틀림없이 선거에 나올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유 이사장은 “직업으로서 정치할 생각이 있으면 이런 식(재야 활동)으로 하지 않는다. 대선에 나가거나 정치를 재개할 의사가 있었으면 절대 이렇게 하지 않는다”며 “더 이상 어떻게 선을 긋겠는가. 그렇게 말씀드려도 믿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 그 분들의 희망사항이라고 생각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유 이사장은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도 언급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조사해 지난달 5일 공개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에 이어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유 이사장은 “여론조사에서 빼달라고 말했다. 빼주는 언론사도 있고 계속 넣는 언론사도 있다”며 “(순위가) 자꾸 내려가고 있어 안심이다”며 웃었다.
이날은 노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를 정확히 한 달 앞둔 날이다. 노 전 대통령은 2009년 5월 23일 서거했다. 유 이사장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을 나타냈다.
그는 “개인적 소회지만, 노무현은 정말 괜찮은 토론자였다. 어떤 책을 읽거나 대화를 나누면 상대에게 매우 다양한 형태의 지적인 자극을 준 사람이었다. 사법시험을 보지 않았다면 괜찮은 연구자가 됐을 것”이라며 “돌아가신 뒤 모든 순간이 아쉬웠다. 아쉽지 않을 때가 거의 하루도 없었다. 아쉬움이 늘 있다”고 토로했다.
“1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노 전 대통령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받고 “그때로 돌아가기 싫다. 10년 전 이맘때는 검찰이 아무런 결정도 없이 이상한 정보만 계속 흘려 (노 전 대통령에게) 인격적 모욕을 주던 시점”이라며 “마지막으로 찾아간 게 (2009년) 4월 19일이었다. 3시간 동안 많이 웃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돌아가기 싫지만 그때라면 또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