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대 규모로 치러진 인도네시아 대선과 총선에서 투표관리원들의 혹사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선거 관리와 개표 과정에서 과로 등으로 숨진 투표관리원과 경찰의 수가 100명을 넘어섰다.
인도네시아 선거관리위원회(KPU)는 23일 전날까지 투표관리원 91명이 개표 등 작업을 하다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건강에 이상이 생겨 치료를 받는 투표관리원도 374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지난 17일 사상 처음으로 총선과 대선이 같은 날 열렸다. 유권자가 1억9300만명에 달하는 인도네시아는 전국에 투표소만 81만 곳을 설치했다. 투표율도 80%를 넘겨 세계 최대 규모의 선거가 예상됐지만 선거는 단 하루에 치뤄졌다. 반면 유권자가 9억명에 달하는 인도는 6주간 7차례에 걸쳐서 선거를 치른다.
KPU는 투표관리원 560만명을 투입했으나 업무 과중을 막지 못했다. 부정선거 우려 때문에 인도네시아의 투표관리원은 투표 시작부터 개표 종료까지 투표소를 떠나지 못한다. 휴식 시간도 주어지지 않았다.
특히 재검표가 진행된 일부 투표구에서는 투표관리원들이 17일 오전 6시부터 이튿날 정오까지 투표 관리와 개표에 매달려야 했다. 이 과정에서 지병이 있거나 체력이 약한 투표관리원이 잇달아 쓰러졌다.
과중한 업무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급여는 50만 루피아(약 4만원)에 불과하다. 사망수당 등도 존재하지 않는다. 선거기간 사망한 경찰관도 15명으로 집계됐다. 산악 오지에 투표함을 전달하다 교통사고를 당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2014년 대선 당시에도 투표관리원이 과로로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하지만 선거 규모가 가장 컸던 이번 선거에 특히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 KPU는 순직하거나 건강 이상이 생긴 투표관리원에게 1인당 최대 3600만 루피아(약 290만원)의 위자료를 주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