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주 상승 휘발유값에 기름 붓는 ‘이란산 원유 제재’… 상춘객 발목 잡나

입력 2019-04-23 10:14
게티이미지뱅크

9주째 휘발유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이란산 원유의 수출길까지 막히면서 기름값 인상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정의 달인 5월을 앞두고 봄나들이를 계획하던 사람들은 경비 상승을 걱정하고 있고 봄철 특수를 기대하던 유통업계와 지방자치단체는 타격을 입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국제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가입된 국가들이 자발적으로 감산 조치를 취하면서 원유가가 오름세를 보인 상황에서 미국이 ‘대(對)이란 원유 수출 제재’까지 더해 3% 안팎 급등했다.

2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2.7%(1.70달러) 오른 65.7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10월 말 이후 약 6개월 만의 최고치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6월물 브렌트유도 오후 3시 30분 현재 배럴당 3.04%(2.19달러) 상승한 74.16달러를 나타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이란산 원유 봉쇄’가 유가 상승을 부추겼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이란산 원유수입 금지조치의 한시적 예외를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음 달 2일 0시를 기해 이란산 원유 수출은 사실상 봉쇄됐고 한국 등 8개국에 대한 한시적 제재 예외 조치도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휘발유 가격이 9주째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이란산 원유를 봉쇄한 것은 유가 상승에 기름을 부은 격이라고 봤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연초 이후 국제유가는 상승세를 이어갔고 지난해 4분기 낙폭을 상당 부분 만회했다. WTI 가격은 지난 8일 64.40달러로 올해 들어 41.8%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다.


OPEC의 감산 조치와 이란·베네수엘라·리비아 사태 등 공급 측의 요인이 유가 상승을 이끌었다. 여기에 주요 경기지표 호전, 미·중 무역협상 기대감 등도 일조했다.

이 같은 국제 유가 상승 흐름이 지난해 11월부터 정부가 내수 활성화를 하겠다며 내놓은 유류세 인하 조치를 넘어섰다. 전국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휘발유 가격은 9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서비스 오피넷은 이달 셋째 주 전국 주유소의 보통 휘발유 판매가격이 ℓ당 1423.1원으로 일주일 전보다 14.8원 올랐다고 전했다. 지난 2월 셋째 주 이후 9주 연속 오른 셈이다.

석유공사는 “미국의 재고 감소 등의 영향으로 국제 유가가 올랐다”며 “국내 제품 가격은 국제 유가 상승의 영향으로 오름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급등하는 기름값 때문에 5월 봄철 특수를 기다리던 유통업계와 지자체들은 혹시나 나들이객이 줄어들까 조바심을 내고 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대형마트는 명절과 함께 여름 휴가, 봄·가을 나들이 철을 특수로 꼽고 있다”며 “그러나 기름값이 오르면 먼 곳보다는 가까운 곳으로 가기 때문에 장을 볼 이유가 사라진다”고 말했다.

봄철 축제를 기획하는 지자체들도 방문을 계획하던 사람들이 마음을 돌릴까 우려하고 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