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에 소극적이었다

입력 2019-04-22 17:32 수정 2019-04-22 17:50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19년 주주총회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의 한계 진단 및 개선 방안 모색 토론회-스튜어드십 코드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이 인사말하고 있다. 뉴시스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스튜어드십 코드)를 소극적으로 활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민연금이 펀드운용사 등을 통해 ‘10%룰’에서 벗어날 수 있음에도 일부러 이행하지 않았고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정기 주주총회 직전에 급하게 열렸다.
이 과정에서 대한항공과 현대엘리베이터 주총에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22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스튜어드십 코드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올해 국민연금이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경영 참여 주주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날 토론회는 정춘숙·채이배·윤소하 국회의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개혁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등의 주최로 열렸다.

윤 의원은 “국민연금 결정의 근거는 단기매매 차익 반환금”이라며 “10% 이상 지분을 가진 대주주가 6개월 이내에 주식을 팔면 수익을 기업에 반환하는 제도인데 국민연금은 이게 부담이 된다고 봤다”고 말했다.

‘10%룰’이라 불리는 이 규정은 회사 지분을 10% 이상 보유한 주주가 지켜야 한다. 특정 회사의 지분을 10% 이상 보유한 투자자가 투자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바꾸면 6개월 이내에 거두는 단기 매매차익은 회사 측에 반환해야 한다. 국민연금의 경우 대한항공 지분 11.7%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10%룰을 적용받을 수밖에 없다. 참석자들은 펀드운용사 등에 지분을 맡기면 10% 제약을 받지 않고도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다른 기업에도 같은 방식을 적용하면 단기매매가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용하는데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근본적으로 국민연금은 장기투자자이기 때문에 단기매매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했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도 “국민연금은 국내총생산(GDP)의 약 40%인 660조원을 운용하는 만큼 유니버셜 오너십(Universal Ownership)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유니버셜 오너는 장기간 분산 투자를 통해 특정 기업이나 산업의 주주가 아닌 자본시장 전체의 주주인 초대형기금을 말한다.

류 대표는 “국민연금은 대표적인 장기 투자자인데도 자산 10조원을 운용할 때 시스템과 투자 관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 책임을 전가한 것도 모자라 제대로 준비할 시간도 주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왔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연금이 대한항공 주주권 행사 방향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가상의 단기매매차익 반환 추정치가 과도하게 계산되는 오류가 발생했다”며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국민연금) 전문위원회 역할이 상당히 많아졌음에도 기업 주주총회 2~3일 전에 전문위원회가 개최돼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이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감사원에 국민연금의 기금운용과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등 전반에 대한 감사를 청구한 상태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스튜어드십 코드 적정 적용을 방기한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 위탁운용사 선정의 투명성 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또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의 의결권 행사 의견 및 결정에 참여한 위원들의 행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일관성 없고 불분명한 의결권 행사 등도 자세히 들여다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민연금기금은 지난해 수익률이 -0.92%를 기록해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0.18%) 이후 10년 만에 연간 운용 손실을 기록했다. 국내주식(-16.77%) 투자로 가장 큰 손실을 입었고 해외주식(-6.19%)에서도 마이너스 수익을 기록했다. 대체투자(11.80%)와 국내채권(4.85%), 해외채권(4.21%) 투자에서만 수익을 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