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2019 시즌 프로농구(KBL)가 울산 현대모비스의 팀 통산 7번째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이번 시즌은 눈에 띄는 기록의 탄생과 더불어 볼거리가 풍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농구 인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다음 시즌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돋보이는 선수와 팀, 기록이 많았다. 중앙대 1학년을 마치고 프로에 뛰어든 양홍석(부산 KT)은 데뷔 2년차에 ‘뉴스타’로 입지를 굳혔다. 올 시즌 올스타전 팬투표에서 최연소(21세 6개월) 1위를 차지하는가 하면 KT의 주축선수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1월에는 리그 최연소 트리플더블 기록도 새로 썼다. 이정현(전주 KCC)은 생애 첫 정규리그, 이대성(현대모비스)은 챔프전 최우수선수(MVP)로 각각 선정돼 국내 최고의 실력파 선수임을 증명했다.
서울 SK 김선형은 지난 1월 KT전에서 49득점을 기록, 국내선수 역대 한 경기 최다 득점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역대 부문 1, 2위 기록(우지원 70점, 문경은 66점)이 과거 개인 타이틀 경쟁에서 비롯된 밀어주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터라 김선형의 기록은 의미가 남달랐다. 2008-2009시즌부터 국내에서 활약한 애런 헤인즈(SK)는 외국인 선수 최초로 통산 1만점을 돌파했다. 헤인즈는 1만 381점으로 올 시즌을 마쳤다. ‘44세 동갑내기’ 아이라 클라크와 문태종은 리그 최고령 듀오로 뛰며 현대모비스의 챔프전 우승에 기여했다.
창원은 올 시즌 농구영신, 올스타전 등 이벤트를 연달아 개최하며 농구도시로 거듭났다. 홈팀 LG는 창원 팬들의 성원에 힘입어 플레이오프 4강에 오르는 힘을 보여줬다. 고양 오리온은 리그 역대 최초로 정규시즌 10연패를 하고도 플레이오프에 올랐다. 인천 전자랜드는 창단 22년 만에 첫 챔프전 진출에 성공했다.
리그 관중수도 오름세를 보였다. KBL에 따르면 플레이오프 21경기 관중은 10만4718명으로 집계돼 2014-2015 시즌 이후 4시즌 만에 10만 관중을 넘어섰다.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관중수 8만8111명보다 24.5% 오른 수치다. 특히 현대모비스와 전자랜드의 챔피언결정전 5경기는 모두 매진됐다. 정규시즌 관중도 지난해보다 1.2% 증가했다.
KBL은 다음 시즌부터 세 시즌 동안 바뀐 외국인 선수 제도를 도입한다. 일단 장신 200㎝ 이하, 단신 186㎝ 이하 신장 제한 규정이 폐지됐다. 장·단신 선수를 구분할 필요가 없다. 각 구단은 외국인 선수를 최대 2명까지 보유할 수 있지만 매 쿼터 1명만 출전이 가능하다. 최근 3시즌 동안 미국프로농구(NBA)에서 10경기 이상 출전 경력이 있는 선수를 영입할 수 없다는 규정도 사라진다.
현 시점에서 외국인 선수 제도 변화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다만 외국인 선수들의 출전 쿼터수가 줄면서 자연스럽게 국내 선수들이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구단은 차기 시즌 외국인 선수 선발에 더욱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며, 국내 선수들도 리그 경기력 수준을 유지·향상시키기 위해 분발해야 한다는 기류가 조성되고 있다.
올 시즌 KBL은 언론을 상대로 ‘리그 심판 판정 및 경기 규칙 설명회’를 여는가 하면 팬들의 의견을 듣는 ‘보이스 포 KBL(Voice for KBL)’이라는 행사를 개최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시즌까지 폐쇄적인 태도를 보였던 KBL이 ‘와이드 오픈, KBL(WIDE OPEN, KBL)’이라는 시즌 슬로건에 맞춰 열린 자세를 취한 것이다. 경기 중 나온 오심을 인정하기도 하고, 리그 발전을 위해 팬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려고 노력하는 분위기가 생겼다.
KBL은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KBL TV’를 지속적으로 운영하며 새로운 콘텐츠를 제공, 팬들에게 신선함을 줬다. KBL 관계자는 “KBL TV는 지난 시즌 대비 유튜브 106.2%, 인스타그램 92.7%, 페이스북 13.8%의 구독자가 증가하는 성과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심판진의 경기 운영을 향한 팬들의 불신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리그나 세계 농구의 추세에 따라 판정 기준은 조금씩 바뀔 수 있으나, 각 경기나 쿼터, 라운드 또는 심판에 따라 일관되지 않은 파울 콜은 보는 이들의 의구심을 자아낼뿐더러 오해의 소지를 만들 수 있다는 평이다. 경기 흐름을 지나치게 끊는 상황, 승부처에서 경기 결과를 뒤바꿀 수 있는 장면에 대한 비디오 판독 시행 여부를 두고도 더 많은 고민과 논의가 필요하다는 분위기다. 또한 감독과 선수, 팬들도 심판진을 존중하는 성숙한 스포츠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도 숙제로 남았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