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화의 인저리타임] 유럽 전장의 한국인 용병들, 1부리그 갈까

입력 2019-04-22 18:50
독일 3부 리그 소속 오스나부르크의 홈 경기장. 3부 리그에도 많은 팬들이 찾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2018-2019 시즌은 유럽 프로축구 2부리그가 국내 팬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한국 축구대표팀 소속 선수들이 여럿 뛰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독일 분데스리가 2에서는 코리안 리거들이 적으로 만났다. 5명의 한국 선수가 각각 다른 팀에서 활약하고 있다. 국내 방송사와 중계권 계약을 맺지 않은 이들의 경기를 시청하기 위해 해외 스트리밍 사이트를 찾는 팬들도 생겼다.

분데스리가 2는 다른 2부리그와 다르게 관중 동원력이 매우 높다. 올 시즌 분데스리가 18팀의 경기당 평균 관중수는 2만명에 육박한다. 그만큼 재미있는 요소가 충분하다. 바이에른 뮌헨이 독주하는 1부리그와 다르게 매년 치열한 선두 경쟁을 반복하며 마지막까지 치열한 혈투가 펼쳐진다. 2부리그라고 해서 결코 수준이 낮다고 이야기할 수 없다.

재능있는 한국 선수들이 꿈을 키워가는 무대기도 하다. 3부까지를 프로로 규정하는 독일에서 활약 중인 한국 선수들은 무려 8명이다. 1부리그에서 활약 중인 지동원, 구자철을 비롯해 2부리그 이재성, 이청용, 황희찬, 서영재, 박이영이 있다. 최경록은 3부리그에 몸담고 있다. 독일축구에 한국인 전성시대가 열린 셈이다.

유럽의 2부리그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은 1부 승격이라는 같은 목표를 지니고 사투를 벌이고 있다. 소속팀 역시 대부분 1부 승격을 노려보기에 충분한 전력이다. 시즌 막바지에 접어든 현재 그들은 승격에 성공하며 2부리그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그들의 상황을 살펴봤다.

이승우가 지난 8일 US팔레리모와의 세리에B 경기에서 볼을 몰고 전진하는 상대 선수를 추격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1. 이승우(이탈리아 세리에 B / 헬라스 베로나)

31라운드가 종료된 현재 헬라스 베로나(승점 48)는 6위에 위치해 있다. 시즌 종료 시점인 36라운드까지 5경기를 남겨뒀다. 세리에 B는 우승·준우승팀이 세리에 A(1부리그)로 자동 진출한다. 3~8위는 승격 플레이오프 자격을 얻을 수 있는 순위다. 다른 리그에 비교해 8위까지 승격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중위권 팀들에게도 동기부여를 주기 위한 방책으로 볼 수 있다.

베로나는 지금 순위로 시즌을 마감하면 승강 플레이오프에 도전할 수 있다. 다만 위아래로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분위기가 위축돼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최근 리그 4경기서 3무 1패에 그쳤다.

22일(이하 한국시간) 밤 10시 홈에서 치러지는 베네벤토와의 세리에 B 32라운드가 가장 큰 고비다. 베네벤토와의 격차는 단 2점. 경기에서 승리하면 순위가 대폭 상승한다는 얘기다. 반대로 패하면 승격 자격조차 박탈되는 8위 바깥으로 밀려날 수 있다. 베로나로서는 반드시 잡아내야 할 경기다. 공교롭게도 베네벤토전을 포함해 베로나에 남은 5경기는 모두 페스카라나 치타렐라 등 8위권 안착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팀들이다.

이승우는 시즌 중반까지 파비오 그로소 감독에게 외면받다 2019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시안컵을 기점으로 반등에 성공했다. 출전 시간 역시 대폭 늘었다. 그로소 감독은 잠파올로 파치니-라이더 마토스-이승우로 이어지는 스리톱 조합을 선호하고 있다. 이승우가 위기 속의 팀을 구해내야 한다.

2. 황희찬(독일 분데스리가 2 / 함부르크SV)

분데스리가 2는 상위 1~2위 팀이 1부리그로 직행하고, 3위 팀이 승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한다. 8위까지 승격 기회를 주는 이탈리아 프로축구 시스템과 차이가 있다. 그 가운데 함부르크의 순위는 2위. 승격 전쟁에 참여하는 코리안 리거들 중 가장 희망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승격을 낙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함부르크의 흐름을 보면 알 수 있다. 베로나와 마찬가지로 분위기가 별로 좋지 않다. 5경기에서 3무 2패를 거두며 단 한 번도 승리를 맛보지 못했다. 시즌 중반 1위를 고수했던 성적도 2위(승점 53점)로 추락했다. 3위 파더보른(승점 51점)이 2점차, 4위 유니온 베를린(승점 50점)이 3점 차로 바짝 추격 중이다. 파더보른과 베를린이 득실차에서 많이 앞서있는 상황이라 승점이 같아지는 상황도 허용해서는 안 된다. 특히 파더보른은 최근 5경기에서 4승 1무를 그리며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함부르크가 승격을 확정 짓기 위해서는 시즌 종료까지 파더보른과의 맞대결을 포함해 남은 4경기에서 최소 10점 이상의 승점을 따내야 한다.

황희찬은 지난달 5일 그로이터 퓌르트와의 경기에서 왼쪽 허벅지 근육 부상을 입으며 한동안 전력에서 이탈했다. 그러다 20일 에르츠게비르게 아우에와의 30라운드에서 후반 첫 번째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으며 복귀를 알렸다. 추후 득점이 필요한 함부르크는 공격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황희찬의 역할 역시 부쩍 커졌다. DFB 포칼(독일 컵대회)에서도 4강에 오르며 결승 진출을 노리고 있다. RB 라이프치히와 한판 대결을 펼친다.

분데스리가 2에서는 강팀으로 평가되는 함부르크를 상대로 대부분 팀이 역습 위주의 실리적인 수비축구로 나서지만 승격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공수 포지션은 지금과 뒤바뀔 가능성이 크다. 함부르크가 역습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지금보다 황희찬이 자신의 장점과 스타일을 조금 더 살릴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다.

승격에 성공하면 이미 잘츠부르크와 임대 연장 얘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황희찬을 품기 위해 노려 볼 수 있다. 황희찬은 남은 4경기에 팀의 승격뿐 아니라 자신의 잔류까지 걸려있는 셈이다.

이재성이 14일 독일 바이에른주 잉골슈타트 아우디 스포츠파크서 열린 잉골슈타트와의 독일 분데스리가2 29라운드 경기에서 볼을 몰고 전진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3. 이재성(독일 분데스리가 2 / 홀슈타인 킬)

홀슈타인은 한 경기 한 경기가 승격을 위한 승부처다. 12승 10무 8패로 승점 46점을 획득하며 6위에 발이 묶였다. 승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3위에 있는 파더보른과 승점 5점 차다. 이재성은 최전방 투톱 공격수의 뒤를 이은 2선 공격수로 주로 경기에 나서고 있다. 정규 리그에서만 공격포인트 10개(4골 6도움)를 기록 중이다. 팀에서 살림꾼 역할을 톡톡히 하며 영입 효과를 제대로 보고 있다.

파더보른에 1대 2로 패한 20일 30라운드 홈경기가 뼈아프다. 파더보른은 이날 승리로 3위까지 뛰어올랐으며 홀슈타인은 추격 기회를 놓쳤다. 지난 라운드에서 하위권인 잉골슈타트에 1대 1로 비겨 아쉬움을 삼킨 데 이어 안방에서 또 쓴잔을 마신 셈이다. 홀슈타인 역시 최근 분위기가 그다지 좋다고 할 수는 없다.

어려운 상황이다. 승격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남은 4경기에서 전승을 기록하며 3위 파더보른과 4위 유니온 베를린이 미끄러지기를 기대해야 한다. 전북 현대 소속으로 한국 K리그를 제패한 후 도전을 천명하며 독일로 향한 이재성의 첫 시즌이 성공으로 마무리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보훔VfL 공격수 이청용이 14일 그로이터 퓌르트와의 독일 분데스리가 2 29라운드에서 볼을 몰고 전진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4. 이청용(독일 분데스리가 2 / 보훔VfL)

보훔은 다음 시즌에도 2부리그에 계속 머물 전망이다. 승점 39점을 기록하며 9위에 머물러 있다. 승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남은 4경기에서 전승을 기록하며 윗 순위 팀들이 모두 미끄러지는 기적이 일어나야 한다. 현실적으로는 승격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승격 레이스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추후 이청용의 상황은 매우 긍정적이다. 팀에서 자신의 포지션을 확고히 했으며, 감독에게도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0대 0으로 비겼던 21일 다름슈타트 원정경기에서도 왼쪽 측면 공격수로 풀타임 활약했다. 3경기 연속 선발로 나오며 보훔의 핵심 선수임을 증명하고 있다.

측면뿐 아니라 공격형 미드필더, 하프라인 부근에 위치한 중앙 미드필더까지 다방면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청용의 가치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이청용 덕에 보훔의 전술 변화폭이 상당히 넓혀졌다. 자유계약으로 이적료 한 푼 없이 데려온 보훔에 이청용이 든든한 효자 노릇을 하는 셈이다.

5. 서영재, 박이영 (독일 분데스리가 2)

서영재는 한국 19세 이하(U-19) 대표팀 출신 왼쪽 수비수로 23세의 어린 선수다. 2015년 여름 함부르크에서 프로 무대에 첫발을 내디딘 선수다. 뒤스부르크에는 지난여름 이적했다. 팀의 주장인 케빈 볼체의 존재로 백업 요원 역할을 맡고 있으나 최근 출전시간을 비롯해 입지를 서서히 늘려가는 중이다.

뒤스부르크는 최하위인 18위에 위치하며 다음 시즌 3부리그 강등이 유력하다. 3부리그 3위 팀과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르는 마그데부르크(승점 27)와는 3점 차, 강등권에서 벗어난 15위 SV샌드하우젠(승점 31)과는 7점 차로 벌어져 있다.

박이영과 이승원이 속한 상 파울리는 승점 45점을 기록하며 8위에 있다. 박이영은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빌레펠트전에 이어 22일 하이덴하임 전에서도 풀타임을 소화했다. 상 파울리는 0대 3으로 완패하며 승격 플레이오프 진출권에서 멀어진 상황이다. 좌우 풀백, 중앙 수비수,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히는 선수다. 어느덧 독일 리그에 몸담은 지 4년 차가 됐다. 필리핀 리그 출신으로 포르투갈, 슬로바키아 리그에서 입단을 도전했던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이승원은 손흥민 아버지 손웅정이 운영하는 SON 축구아카데미에서 축구를 시작한 선수다. 2군 소속으로 주장 완장까지 찰 정도로 꾸준히 출전하며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하고 있다. 3부리그 소속인 카를스루에에서 뛰고 있는 최경록도 지난 시즌까지는 상파울루에 몸담았다. 상 파울루와 한국의 인연이 상당히 깊다고 할 수 있다.

권창훈. 뉴시스

6. 권창훈(프랑스 리그앙 / 디종 스타드렌)

권창훈은 다른 이들과 다르게 프랑스 1부리그에 속해있다. 하지만 소속팀 디종 역시 다음 시즌 1부에 머무르기 위해 치열한 사투를 벌이는 중이다. 잔류를 장담할 수 없다. 프랑스 리그앙은 독일과 마찬가지로 19~20위 팀이 2부로 직행하고 18위 팀이 2부 3위 팀과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권창훈과 디종이 그 위치에 있다. 승점 28점을 획득한 디종의 현재 순위는 18위다. 이대로라면 잔류를 놓고 한판 대결을 벌여야 한다. 강등권 탈출을 위한 17위 아미앵(승점 32)과의 격차는 4점이다.

디종은 지난 1월부터 리그 10경기 연속 무승에 빠지며 강등이 유력해지는 듯했다. 다행히 최근 3경기에서 2승 1무를 거두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3위에 위치한 강팀인 올림피크 리옹과의 31라운드 경기에서 3대 2로 승리하더니 아미앵과 0대 0 무승부를 거둔 후 렌을 1대 0으로 꺾었다.

팀이 상승세를 타는 과정에 권창훈은 없었다. 앙투안 콩부아레 감독이 직선적인 공격 위주의 선 굵은 축구로 전략을 바꿨기 때문이다. 권창훈은 최근 3경기 중 2경기에 교체로 모습을 드러내며 단 7분 출전시간을 얻는 데 그쳤다. 이전 경기에서 14경기 연속 출전하다 86일 만에 벤치를 지키더니 그라운드를 밟는 시간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상승세를 탄 시점에서 콩부아레 감독이 전술을 수정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권창훈은 이번 시즌 15경기에 출전해 단 1골을 득점하는 데 그쳤다.

송태화의 인저리타임

인저리타임. 전광판의 시계는 아직 멈추지 않았습니다. 송태화 기자가 함성소리에 스며드는 이야기를 전하는 스포츠 연재입니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