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으면 어쩔껀데’ 버티던 한유총, 설립 허가 24년 만에 취소

입력 2019-04-22 15:17 수정 2019-04-22 15:43
정치하는엄마들 관계자들이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유총 설립 허가를 취소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유치원 개학 연기투쟁을 벌이며 정부와 대치했던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의 사단법인 설립 허가 취소가 최종 확정됐다.

서울시교육청은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한유총의 법인 설립 허가 취소 처분을 결정하고 이를 한유총에 최종 통보했다”고 밝혔다. 향후 한유총은 사단법인으로서 법적 지위를 잃고 청산 절차를 밟게 됐다.

서울시교육청은 설립 허가 취소의 근거로 한유총이 공익을 해치는 행위를 했으며, 목적 외 사업을 통해 정관을 위반했다는 점을 꼽았다. 한유총이 유치원 개학 무기한 연기 투쟁으로 학부모들에게 혼란과 불편함을 초래했고, 이번 사태 이전에도 수시로 유아와 학부모를 볼모로 집단행위를 한 것은 공익과 무관한 행동이라는 게 교육청 판단이다.

교육청은 개학 무기한 연기 당시 궐기대회 등 집단행위를 한 것은 목적 외 사업수행에 해당된다고 봤다. 한유총은 연평균 6억2000만원의 회비를 모금하고도 최근 3년간 목적사업(유치원 진흥 연구와 회원 간 유대 강화 등) 수행 비율이 8%에 그쳤다. 그러면서 임의로 정관을 변경해 3억원의 특별회비를 모금하고 사유재산 공적이용료 추진 사업, 무상교육 촉구 학부모 집회, 사립유치원 생존권을 위한 유아교육자 대회, 학부모 교육자 궐기대회 등 특수 이익 추구를 위한 사업을 수행했다고 교육청은 지적했다.

한유총 소속 사립유치원 관계자들이 지난해 10월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검은색 옷을 입고 참석한 모습. 권현구 기자


설립 허가가 취소되면서 한유총은 1995년 이후 24년 만에 법인 청산 절차를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유치원 회계부정 등 각종 비리가 폭로된 이후 한유총은 “우리가 문 닫으면 어쩔껀데”라며 공공연하게 실력 행사를 공언했지만 국민의 싸늘한 여론에 잠시 주춤하는 듯했다. 하지만 정부여당이 ‘유치원 3법’ 통과와 국가관리회계시스템(에듀파인) 도입에 속도를 내며 압박하자 유치원 개학 연기라는 초강수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결국 연기 하루 만에 이를 철회했다.

그동안 설립허가 취소가 부당하다고 주장해온 한유총은 강하게 반발했다. 한유총은 이날 허가 취소 발표 직후 입장문을 내고 “민간을 향한 국가권력의 부당한 횡포이자 반민주주의적 탄압”이라며 “법원에 법인 취소 결정 집행정지를 신청하고 법인 허가 취소 행정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