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레알 마드리드 공격수 카림 벤제마가 맹활약하며 팀의 완승을 이끌었다. 21일 스페인 마드리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아틀레틱 빌바오와 가진 2018-2019 프리메라리가 33라운드에서다. 풀타임을 누비며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벤제마의 물오른 골 감각 덕에 레알은 3대 0으로 승리하며 2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승점 68)를 4점 차로 바짝 추격했다.
벤제마의 발끝이 무섭다. 과거의 킬러 본능을 어느 정도 되찾았다는 평가다. 이날 해트트릭을 포함해 최근 4경기에서 7골을 몰아치며 컵대회를 포함해 시즌 30골 달성에 성공했다. 프리메라리가에서도 벤제마(21골)보다 많은 득점을 기록한 선수는 FC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33골)뿐이다. 지난 시즌 리그에서 단 5골만 기록하며 저조한 성적을 냈던 것과 상반된다. 2011-2012시즌 기록한 개인 통산 한 시즌 최다 득점인 32골에 도전하고 있다.
그때와 포지션은 같지만 역할이 달라졌다. 당시에는 이탈리아 유벤투스로 떠나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의 연계에 집중하며 상대 측면 수비를 분산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다. 지금은 다르다. 그때처럼 측면에서의 연계나 크로스 시도는 줄어들었지만 직접 슛을 하는 빈도가 대폭 상승했다. 스스로 팀의 주득점원으로 올라섰다는 얘기다. 최근 몇 해 동안 기량이 하락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했지만 역할이 달라지며 스트라이커로서 제 몫을 다해냈다. 과거 지적됐던 기복 있는 모습도 이번 시즌만큼은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과거 팀 공격의 중심이었던 호날두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벤제마가 훨씬 앞서있다. 호날두는 이번 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와 컵대회를 오가며 26골을 기록 중이다. 호날두가 유벤투스의 페널티킥 전담 키커라는 점을 고려하면 벤제마의 골 순도가 훨씬 높다는 점을 짐작해 볼 수 있다. 레알에서는 주장 세르히오 라모스가 페널티킥을 전담하고 있다.
벤제마가 안정적인 활약을 해주다 보니 레알의 최전방 스트라이커 영입 욕구도 줄어든 모습이다. 레알은 호날두가 떠난 이후 해리 케인(토트넘 홋스퍼) 마우로 이카르디(인테르 밀란)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바이에른 뮌헨) 킬리앙 음바페(파리 생제르맹)와 같이 다른 빅리그에서 활약하는 정상급 공격수들과 이적설이 불거진 바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측면이나 중앙 자원을 보강하는 쪽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다가올 여름 에당 아자르(첼시)의 합류를 유력하게 점치고 있다.
지네딘 지단 감독은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벤제마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드러냈다. “벤제마의 움직임은 남다르다. 일반적인 9번 공격수하고 차이가 있다”며 “중원과 측면 모두 뛸 수 있다. 9번 공격수처럼 득점도, 측면에서의 연결고리도 할 수 있는 선수다”며 전술적 기용폭이 넓어졌다고 강조했다. 과거 지단 감독은 코치로 재직하던 시절 구단 수뇌부 측에 프랑스 리옹에서 활약 중이던 벤제마의 영입을 직접 추천해 데려왔다. 특별한 애착이 있을 수밖에 없다.
벤제마는 어느덧 레알에서 10시즌째를 보내고 있다. 팀 내에서도 라모스와 마르셀루에 이어 고참에 속한다. 전임 감독 산티아고 솔라리 체제에서 측면을 책임졌던 비니시우스 주니오르가 부상으로 이탈하고 가레스 베일이 부상과 복귀를 반복하며 기복을 겪는 와중 공격진에서 유일하게 제 몫을 해줬다. 위기 속에 베테랑은 빛났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