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 매매 조지타운대…노예 후손에 진 빚 학생회가 갚는다

입력 2019-04-22 11:28
미국 조지타운대 학생들이 2016년 워싱턴 조지타운대 캠퍼스에 있는 아이작 호킨스홀 중앙 예수상 앞을 지나가고 있다. 조지타운대 학생들은 1838년 학교를 운영하던 메릴랜드 예수회가 매매한 노예 후손들에게 재정지원을 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등록금을 추가 납부하기로 결정했다. AP뉴시스

미국 명문 조지타운대 학생들이 학교가 181년 전 매매한 노예들의 후손에게 재정 지원을 하기로 했다. 조지타운대 학생회는 이를 위해 자체적으로 등록금을 추가 납부해 연간 40만 달러의 화해 비용을 조성하기로 했다.

조지타운대 학생회는 지난 11일 학부생들이 노예 후손을 위해 ‘화해비용(reconciliation fee)’을 지불하자고 제안하는 총투표를 시행해 통과시켰다고 워싱턴포스트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총투표에 참여한 학생 3845명 중 66%가 화해비용 조성에 찬성했다.

화해비용 수혜자는 1838년 메릴랜드주 예수회가 팔아넘긴 노예의 후손들이다. 메릴랜드주 예수회는 당시 프린스조지 카운티 인근에 농장을 운영했는데 이 농장 노예들을 매매했다. 조지타운대가 2016년 발간한 보고에 따르면 당시 학교는 350만 달러(약 40억원)의 수익을 냈다. 당시 재정적 어려움에 시달리던 조지타운대는 노예매매로 벌어들인 자금이 없었더라면 오늘날 존재하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CNN방송이 지적했다.

학생 1명이 납부하는 화해비용은 학기당 약 27달러 20센트로 결정됐다. 노예 272명을 상징한다. 이들의 후손은 현재 8000명 이상으로 불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모이는 기금이 연간 40만 달러에 달한다.

조지타운대가 과거 노예 매매에 사과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학교는 2006년 9월 노예 매매 과거사에 대해 공식으로 사과하며 대학에 노동력을 제공한 모든 노예의 후손을 위한 입학 우대제도 시행을 공언했다. 조지타운대 학생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다시 깨달은 것은 2014년 기숙사 공사 과정에서다. 공사과정에서 사람의 허벅지 뼈가 발굴되면서 기숙사 용지가 과거 노예를 비롯한 흑인들이 주로 묻혔던 공동묘지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하지만 화해비용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화해비용이 우버 타는 비용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나오는가하면, 등록금을 인상하는 것은 가난한 학생들에게 불공정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일부 학생들은 총투표 무효를 요구하는 소송도 제기했다. 학생회 헌법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만 총투표를 제기할 수 있는데 등록금 인상에 관한 투표를 시행해 규칙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또한 학생회 투표만으로 화해비용 조성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결정권은 학교 당국이 가지고 있다. 존 드조이어 조지타운대 총장은 학생들의 화해비용 납부 결정에 대해 “우리가 매우 진지하게 여기는 신념에 주의를 기울였다”고 말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