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외국인 타자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31)의 타격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페르난데스는 지난 21일 KIA 타이거즈와의 광주 원정경기 7회 초 1사 만루에서 KIA 선발 조 윌랜드를 상대로 우월 만루 홈런을 터뜨렸다. KBO리그 데뷔 이후 자신의 첫 그랜드슬램이자 시즌 4호 홈런이다. 이 홈런 한 방으로 두산은 KIA와의 3연전 시리즈를 모두 쓸어 담았다. 페르난데스는 이날 5타수 3안타, 1홈런, 2루타 1개, 4타점과 2득점을 기록했다.
페르난데스는 22일 현재 유일한 4할 타자다. 95타수 39안타, 타율 0.411을 기록하고 있다. 2위 NC 다이노스 양의지의 0.377과는 격차가 크다. 최다안타 부문에서도 2위 SK 와이번스 김강민과 한화 이글스 정은원, KT 위즈 강백호를 5개 차로 따돌리고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타점은 22타점으로 3위에 올라있고, 득점은 키움 히어로즈 제리 샌즈와 20점으로 공동 선두다. 홈런도 4개로 공동 10위다. 2루타도 8개나 된다. 장타율은 0.621로 양의지에 이어 2위다. 출루율은 0.482로 1위에 올라있다. 멀티 히트를 기록한 경기만 15차례다.
득점권 타율은 자신의 타율보다 높은 0.435나 된다. 25게임을 뛰며 삼진은 8개밖에 기록하지 않았다. 과거 두산 베어스의 최고 외국인 타자였던 타이론 우즈와 비교된다. 다만 실책이 3개로 제법 된다.
페르난데스가 현재의 기세를 유지한다면 역대 3번째로 외국인 타자 타격왕이 탄생할 수 있다. 외국인 타자 가운데 최초로 타격왕을 차지한 선수는 현대 유니콘스에서 2004년 뛰었던 클리프 브룸바다. 475타수 163안타로 타율 0.343을 기록하며 수위타자에 올랐다.
11년이 흐른 뒤인 NC 다이노스 에릭 테임즈가 472타수 180안타, 타율 0.381을 기록하며 두 번째 외국인 타격왕에 등극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도전할 수 있는 기록은 MBC 청룡 소속이던 백인천이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기록한 타율 0.412다. 불멸의 기록으로 남아 있는 4할 타자가 다시 탄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페르난데스의 현재 기세라면 도전해볼 만 하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