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의 우승 향방은 여전히 안개 속에 있다. 시즌 종료까지 4경기를 남았지만 맨체스터 시티(승점 86)와 리버풀(승점 85)은 승점 1점 간격으로 경쟁하고 있다. 사실상 매 경기가 결승전과 다를 게 없다. 한 번만 비겨도 순위가 뒤집힐 수 있다. 두 팀의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는 사실은 역대 프리미어리그 우승팀들의 승점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1992년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지난 26시즌간 챔피언의 평균 승점은 86점. 현재 4경기를 남겨둔 맨시티의 승점과 동일하다. 맨시티와 리버풀은 서로가 아니었으면 일찌감치 우승을 확정지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2위 리버풀과 3위 토트넘 홋스퍼(승점 67)와의 격차는 무려 승점 18점으로 큰 차이가 벌어져 있다.
26시즌간 가장 낮은 승점으로 우승한 팀은 1996-1997시 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였다. 맨유는 당시 75점으로 프리미어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지금의 맨시티보다 무려 11점이나 낮은 위치에 있다. 1996~1999년, 이 3년간 프리미어리그 우승팀들이 모두 승점 70점대에 그쳤다는 점에서 당시 서로 간 경쟁이 매우 치열했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 90점 이상을 기록한 우승팀들도 단 8차례로 30%가량에 불과하다. 15개의 우승팀이 모두 80점대의 승점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리버풀은 22일 펼쳐지는 카디프 시티 원정 경기를 포함해 허더즈필드(홈) 뉴캐슬 유나이티드(원정) 울버햄튼(홈)과 차례로 리그 경기를 치른다. 맨시티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원정) 번리(원정) 레스터 시티(홈) 브라이튼(원정)을 앞두고 있다. 4위권 사투를 벌이는 맨유전이 최대의 고비로 꼽힌다. 유로파리그 출전을 노리는 레스터 역시 만만치 않은 상대다. 일정상 리버풀에 조금 더 웃어준다고 할 수 있다.
만일 두 팀이 남은 경기에서 모두 승리한다고 가정할 경우 리버풀은 맨시티에 한 점 뒤진 97점으로 준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맨시티가 100점을 기록하며 우승했던 지난 시즌을 제외하면 지난 26년간 프리미어리그 역사에서 모두 정상에 설 수 있는 점수다. 리버풀은 34경기를 치르며 단 1패만 기록하는 등 구단 역사상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프리미어리그 우승컵이 어느 팀에게 돌아갈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최종 성적표에서 ‘2위’를 받게 되는 팀은 역사에서 가장 안타까운 패자로 기억될 것이란 점이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