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토트넘 홋스퍼 공격수 페르난도 요렌테를 향한 설전은 여전히 뜨겁다. 18일 영국 맨체스터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2019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서 나온 그의 득점 때문이다. 당시 맨시티는 4대 3으로 승리했으나 1차전에서 0대 1로 패하며 원정 다득점 원칙에 밀려 준결승에 진출하지 못했다. 요렌테의 골이 180분 승부의 결승골이 된 셈이다.
당시 요렌테의 득점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었다. 정확한 판단이 어려웠다. 주심이 비디오판독(VAR)을 통해 느린 화면으로 득점 장면을 수차례 돌려봤을 정도였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요렌테의 몸을 맞고 골망으로 들어갔으나 맞은 부위가 확실치 않았다. 맨시티 선수들은 팔꿈치에 맞았다며 핸드볼 파울이라고 항의했다. 주심은 고심을 거듭한 끝에 골반에 부닥쳤다는 사인을 보내며 정상적인 득점으로 인정했다.
두 팀은 20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로 무대를 옮겨 다시 맞붙었다. 결과는 1대 0 맨시티의 승. 복수에 성공했으나 맨시티 팬들은 요렌테에 챔피언스리그 탈락에 대한 분노를 토해냈다. 경기를 끝낸 뒤 퇴장하는 요렌테에 비난 섞인 욕설과 조롱을 쏟아냈다. 요렌테는 특별한 반응을 하지 않고 곧장 라커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경기가 끝났음에도 옳은 판정이라는 주장과 오심이 분명하다는 의견이 팽팽히 대립 중이다. 선수 출신들은 대개 오심이 맞다는 의견에 입을 모으고 있다. 영국 방송 ‘BBC’ 논객으로 활동 중인 앨런 시어러는 “주심의 판정을 보고 정말 놀랐다. 명백히 요렌테의 팔을 먼저 맞았다. 요렌테의 득점은 취소됐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펩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은 당시 “VAR을 지지하지만 요렌테는 분명히 팔을 썼다. 각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내 위치에서는 분명히 팔에 맞았다”고 밝혔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했던 수비수 리오 퍼디난드도 맨시티의 손을 들어줬다. “요렌테의 팔은 분명히 볼을 스쳤다. 당시 요렌테의 피부를 보면 알 수 있다. 핸드볼 파울 여부는 물론 주심의 결정이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핸드볼 파울이 맞다”고 이야기했다.
국제축구평의회(IFBA)의 개정 전 규정에 따르면 핸드볼 파울에도 고의성 여부를 따지고 있다. 공격 상황에서 득점한 선수에게 팔을 쓰려는 의도가 전혀 없다고 인정되면 파울을 선언하지 않는다. 여기서 의도가 있었느냐에 대한 결정은 전적으로 주심 몫이다.
하지만 달라진 IFBA의 규정에 따르면 이제부터 요렌테의 득점 유형은 무조건 무효다. 득점 과정에서 손이나 팔이 사용됐다면 핸드볼 파울이 적용된다. 예컨대 볼이 갑자기 뒤에서 날라와 팔을 살짝 스쳐 들어가더라도 마찬가지다. 이전과 다르게 팔을 사용하게 된 과정에서 고의성이 있었는지에 대한 문제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 볼의 진행 방향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았다 하더라도 팔을 스쳤다면 핸드볼 파울이다.
새로운 규정은 오는 6월 1일부터 도입된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올해 6월 개막하는 여자 월드컵에서도 새 규정을 적용할 예정이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