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드윅’이 그려낸 베토벤… “천재 아닌 우리와 같은 인간”

입력 2019-04-19 17:03
뮤지컬 '루드윅'의 배우 서범석. 과수원뮤지컬컴퍼니 제공

“천재의 이야기가 아니라 천재가 일반적인 삶을 사는 이야기입니다.”

뮤지컬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이하 ‘루드윅’)를 무대에 올린 추정화 연출은 19일 서울 종로구 동숭길 드림아트센터에서 진행된 프레스콜에서 이렇게 작품을 소개했다. 그는 “범접할 수 없는 이야기를 담지 않았다. 인생을 사는 데 있어선 허점도 많고 때로 실수도 하는 베토벤의 인간적인 면을 조명했다”고 말했다.

“베토벤의 위대한 이야기를 상상하고 오면 실망하실 수 있습니다. 음악적인 부분이 충족되지 못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베토벤에게도 이런 고난이 있었고, 그 역경을 뛰어넘으려 어떤 노력을 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떠나는 길에는 한자락 후회가 남았구나 하는 위로와 메시지를 얻어 가실 수 있었으면 합니다.”

‘루드윅’은 천재 음악가 베토벤이 아닌 우리와 같은 한 사람으로 존재의 의미와 사랑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고뇌했던 인간 베토벤의 모습을 담은 창작뮤지컬이다. 3년간의 제작기간을 거쳐 지난해 11월 초연돼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이번 재연에서는 서범석 김주호 이주광 테이가 주인공 루드윅 역을 번갈아 연기한다. 서범석과 테이는 이번 시즌에 새롭게 합류했다. “베토벤이라는 인물에 대해 책도 읽고 영화도 봐가며 공부했다”는 서범석은 “열정적이면서도 괴팍하고 고집도 센 베토벤의 모습을 그리고 싶다. 진정성 있는 고집과 열정을 표현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루드윅 역을 맡은 배우들 중 막내인 테이는 “이제 어디 가서 막내를 잘 못하는데 오랜만에 막내가 됐다. 네 명의 루드윅들이 각자 다른 결과 에너지를 갖고 있다. 각자 걸어 온 인생과 베토벤이 만나는 접점이 다른 것 같다. 저도 베토벤을 연기하면서 저 자신의 의외의 모습을 발견했다. 의외의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베토벤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당부했다.

뮤지컬 '루드윅'의 배우 김주호. 과수원뮤지컬컴퍼니 제공

자신의 재능에 대한 의심과 들을 수 없다는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청년 루드윅은 이용규 강찬 박준휘 조환지가 연기한다. 이들은 피아니스트가 되길 거부하며 베토벤에게 반항하는 조카 카를까지 1인 2역을 소화한다. 여주인공 마리 역에는 김소향 김지유 권민제(선우) 김려원이 캐스팅됐다.

음악적으로도 한층 업그레이드 됐다. 초연에 이어 음악을 담당한 허수현 음악감독은 “새로운 곡이 두 곡 추가됐다. 청년 루드윅이 ‘운명’을 노래하기 전에 부르는 곡과 루드윅과 어린 샤를이 함께 사랑스럽게 부르는 곡이다. 초연 당시 중간중간 선율적으로 아쉬웠던 부분을 전체적으로 조금씩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피아니스트가 무대 위에서 실시간 라이브 연주를 펼친다는 점이 이 작품의 포인트다. 베토벤의 메신저 역까지 맡게 된 피아니스트 강수영은 “이번 공연에선 단순한 반주자가 아니라 베토벤을 동경하는 작곡가의 역할을 부여받았다. 제 나름의 전사를 가지고 연기하고 있다. 그런 노력이 관객들께도 전해졌으면 한다”면서 “마지막에 밝혀질 제 정체에 대해서도 기대해주시라”고 했다.

‘루드윅’은 베토벤의 어린 시절부터 청년 그리고 장년에 이르기까지 요동치는 내면의 변화를 따라간다. 공연은 오는 6월 30일까지 드림아트센터 1관.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