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아파트 살인사건’을 계기로 이웃에게 피해를 주는 임대주택 입주민은 강제퇴거 시킬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진주 아파트 입주민들은 그동안 여러 차례 아파트를 관리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안인득의 퇴거를 요청했지만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LH는 이웃에게 해를 입힌 입주민은 계약 해지한 뒤 퇴거시킬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 줄 것을 국토교통부에 요청할 계획이다. 부적응자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위한 공적 협의체를 설치하는 것과 위해를 가한 입주민에 대해 계약해지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19일 LH 관계자는 “그동안 LH가 관리하고 있는 공공주택 입주민들로부터 피해를 입히는 이웃은 강제퇴거시켜 달라는 민원이 많이 들어왔지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없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토부에 적극적인 법 개정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18일 청와대 게시판에 올라온 ‘피해자와 남겨진 가족들을 먼저 봐주셨으면 한다’는 청원글에도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했다.
게시자는 안씨에 대한 입주민들의 민원이 계속 있었지만 관리사무소와 LH는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라 퇴거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해당 아파트에선 과거에도 비슷한 문제가 여러 번 있었지만 그때도 가해자는 그대로 거주했고 피해자만 이사를 가야 했다고 강조했다.
LH는 이 같은 지적에 공감하면서도 실행에 옮길 권한이 없다고 호소했다. 현재 ‘공공주택특별법’ 49조 3항에는 계약해지에 관련된 내용이 있지만 입주민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사람들에 대한 내용은 없다. LH는 입주했더라도 자기 집이 있는 것이 드러나거나 임대차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경우, 임대료를 3개월 이상 연체하는 등의 경우에만 입주자를 내보낼 수 있다. 소란을 피우거나 이웃에게 피해를 주더라도 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
LH가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범죄 피해를 본 입주민이 LH에 요청하면 다른 지역 임대아파트로 옮기는 정도다. 게시글에도 한 피해자 가족이 다른 임대아파트로 이주한 경험을 공유했다.
그런데도 임대 아파트 입주민들의 민원이 꾸준히 제기되자 LH는 내부적으로 동·호수변경 등을 검토했지만 국토부가 받아들이지 못해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LH는 진주 아파트에서 끔찍한 사고가 발생하면서 공공임대주택의 관리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자 법 개정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우선 LH는 부적응자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임대인, 복지기관과 경찰 등 행정 사법기관, 의사, 관련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공적 협의체 설치 운영을 국토부에 건의할 예정이다.
또 고의로 이웃에게 위해를 가했거나 폭행 등의 피해를 입혔다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 달라고 요청할 예정이다.
LH 관계자는 “개인의 신상을 섣부르게 판단할 경우 인권 침해의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