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오전 발생한 서울 지하철 5호선 광나루역~강동역구간 단전 사고는 통상적인 변전소 전기 공급 문제가 아니라 하저터널에 설치된 ‘낙하전차선’이라는 전기선이 끊어졌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낙하전차선이 탈락되는 경우는 터널 침수 등 비상상황이 아니라면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는 점에서 사고 원인에 대한 조사 결과가 주목된다.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은 19일 보도자료를 내고 “5호선 단전 사고는 공사 측의 주장이나 언론 보도와 같이 ‘변전소에서 선로에 전기를 공급하는 과정에 이상이 생긴 것’이나 ‘변전소에 이상이 생겨 선로에 전력을 공급하지 못한 것’이 아니다”라며 “이번 사고는 한강 하저터널 구간에서 발생한 비상방수문 낙하전차선 탈락사고로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드문 사고”라고 주장했다.
서울교통공사도 “이번 사고는 비상방수문 낙하전차선의 한쪽 고정핀이 탈락하면서 전차선이 내려와 발생한 것”이라며 “고정핀의 탈락 원인에 대해서는 정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조와 공사에 따르면, 광나루역 구간처럼 한강 밑 터널을 지나는 하저구간에는 침수 등 비상사태를 대비해 비상방수문이 설치된다. 비상방수문은 터널이 침수돼도 역사 안으로 물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시설이다. 비상방수문 아래 쪽에는 전기를 공급하는 전차선이 설치돼 있는데, 비상방수문이 내려올 경우 전차선이 끊겨 단전이 되도록 한다. 그래서 이 전차선을 낙하전차선이라고 부른다. 전날 사고에서는 낙하전차선이 끊기면서 전동차 전면 유리창이 파손됐다.
문제는 낙하전차선이 끊어지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는 점이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비상방수문은 터널에 물이 들어차는 등 비상상황 발생시 역장이 키를 돌려 가동한다. 그러나 이날 역장이 비상방수문을 내린 적은 없다. 비상방수문이 동작하지 않았는데도 낙하전차선이 끊어진 것이다.
공사 측은 “낙하전차선을 양쪽에서 고정하고 있는 핀이 시스템상의 오류로 풀렸다”고 설명했다. 노조 측도 낙하전차선 탈락이 일어난 이유가 비상방수문 작동 때문이 아니라 고정핀 문제라는 데 동의한다.
그렇다면 남는 문제는 ‘왜 고정핀이 풀렸는가’하는 점이다. 노조는 “비상상황도 아닌데 낙하전차선이 떨어졌다. 그동안 이런 사고는 거의 본 적이 없다”면서 “비상방수문이 작동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움직이지 않아야 하는 낙하전차선이 왜 떨어졌는지 정밀하게 원인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공사는 19일 새벽 지하철 운행 종료 후 점검에 나섰다. 공사 측은 “해저터널 시설구조물에는 이상이 없다”면서 “낙하전차선을 고종하는 핀이 왜 풀렸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