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에서 20대 여성이 향정신성 의약품인 프로포폴을 투약하다 숨진 채 발견됐다. 연일 프로포폴 오남용이 반복되면서 계기로 의료용 마약 투약을 관리하는 정부의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에 구멍이 많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함께 살고 있는 여성에게 프로포폴을 투여해 숨지게 한 성형외과 의사 A씨(43)를 마약류관리법 위반, 의료법 위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긴급체포했다고 1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후 3시쯤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아파트에서 A씨와 동거하던 강모(28)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강씨는 발견 당시 팔에 프로포폴 수액 바늘이 꽂혀 있는 상태였다.
프로포폴은 과다 투약시 사망에 이를 수 있어 처방전 없이 제공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경찰 관계자는 “성형외과 의사인 A씨가 평소 불면증을 호소하던 강씨에게 처방전 없이 프로포폴을 투여하다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정확한 사망 원인을 수사할 계획”이라고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5월부터 가동한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은 의료기관이 마약 취급내역을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하고 있지만 각 병원과 약국에서 이를 거짓으로 작성해도 적발은 쉽지 않다. 19일 최도자 바른미래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5월 18일부터 8월 18일까지 3개월간 투약환자 주민번호를 제대로 입력하지 않거나 정보 일부를 누락한 사례가 43만여건이었다.
마약류 취급내역을 보고하지 않거나 허위로 보고할 경우 처벌도 약하다. 업무정지 등의 행정처분이 내려지는데 여기서 업무정지는 ‘영업금지’가 아니라 ‘마약류 취급업무 정지’다. 마약류 처방을 제외한 나머지 병원·약국 업무는 그대로 할 수 있다. 단 업무정지 외에 형사고발 조치도 취해지고는 있다.
프로포폴은 수면 내시경 등을 비롯 이런저런 진료 과정에서 자주 사용되는 약물이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프로포폴은 상대적으로 친숙하다 보니 남용, 중독되는 경우가 많아 관리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작은병원에서는 자주 드나드는 친분 있는 환자가 필요 이상의 투약을 요구할 경우 ‘고객 유치’를 위해 암묵적으로 용인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했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관계자는 “프로포폴 오남용 범죄에 대해 엄격한 처벌을 시행하도록 제도개혁이 필요하고 행정적 관리감독 역시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며 “프로포폴을 목적 외 사용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에 고발 및 수사의뢰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