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모킹건 없는 뮬러 특검보고서, 2라운드 예고…트럼프 “게임 오버” 민주당 “탄핵 고려“

입력 2019-04-19 11:49
윌리엄 바(왼쪽) 미국 법무부장관이 18일(현지시간) 워싱턴 법무부에서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러시아스캔들 수사 보고서 편집본 공개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4페이지 요약본만 공개돼 논란을 일으켰던 로버트 뮬러 특검의 러시아 뒷소문 수사 보고서 편집본이 18일(현지시간) 공개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제기된 혐의를 입증할 스모킹건은 이번에도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사법방해를 시도했다가 실패한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되면서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 법무부는 18일 오전 11시 의회에 448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보내고 특검 웹사이트를 통해서도 내용을 공개했다. 수사 중인 사안, 개인정보, 민감 정보는 검은 먹칠로 가려진 편집본이다. 보고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대선에서 러시아와 공모했다는 혐의와 이후 사법방해 의혹에 대해 기소판단에 이르지 못했다고 정리했다.

그러면서도 특검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의혹은 거두지 않았다. 특검 보고서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과 의도에 대해 우리가 확보한 증거는 아무런 범죄 행위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단정적으로 결론 내리지 못하게 하는 어려운 이슈”라면서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결론을 내리지도 않지만, 또한 그를 무죄로 하는(exonerate) 것도 아니다”라고 썼다.
미국 법무부가 18일(현지시간) 공개한 로버트 뮬러 러시아 특검팀이 작성한 수사 보고서. 법무부는 지난달 4페이지 요약본을 공개했으나 민주당의 거센 반발을 받고 448페이지의 편집본을 공개했다. AP뉴시스

특히 보고서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특검 수사를 방해하려 시도한 10가지 사례를 정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6월 돈 맥겐 백악관 법률고문에 뮬러 특검을 해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맥겐 고문은 트럼프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스스로 사임했다. 특검은 “핵심 의혹인 사법방해 및 러시아 공모와 관련, 사법방해 시도가 있었지만 실패했다”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법방해를 시도한 것은 사실이지만 맥겐 등 측근들의 거부로 실패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5월에는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해임했다. 코미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수사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공개적으로 밝히길 거부했다는 이유로 해고됐다고 지적했다. 특검은 이 경우가 사법방해에 해당하는지 의회가 판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법무부가 18일(현지시간) 공개한 로버트 뮬러 특검팀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보고서의 모습. 검은색으로 먹칠한 부분에는 수사 중인 사안, 개인정보, 민감 정보 등이 들어있다. AP뉴시스

윌리엄 바 법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특검이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방해 의혹과 관련해 10개의 사례를 검토했지만 나와 로드 로즌스타인 법무부 부장관이 검토한 결과 뮬러 특검의 일부 법적 이론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17일 법무부와 백악관이 보고서 공개 전 수차례 사전 논의를 했다고 보도했다. 바 장관의 발언은 NYT의 이 보도를 뒷받침해주는 셈이라 논란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석연찮은 태도도 보고서에 공개됐다. 2017년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으로부터 뮬러가 특검에 임명됐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트럼프 대통령은 “맙소사. 끔찍하다. 이것으로 내 대통령직도 끝장이다(This is the end of my Presidency). 망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특검 출범 당시 유죄판결이나 탄핵 등 최악의 경우까지 염두에 뒀던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특검 출범에 좌절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는 특검보고서 편집본 공개 이후 완전히 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미 HBO방송의 인기 드라마 ‘왕좌의 게임’을 패러디한 사진을 올렸다. 사진에는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는 가운데 검은색 코트를 입은 트럼프 대통령의 뒷모습이 보이고 중간엔 “게임 끝(GAME OVER)” “공모도, 사법방해도 없었다”는 문장이 들어갔다.

반면 민주당은 보고서 편집본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방해 행위가 방증 됐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소속 제럴드 내들러 하원 법사위원장은 “비록 보고서가 불완전한 형태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사법방해와 다른 위법행위에 관여했다는 충격적인 증거의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성명을 통해 “사법방해 여부와 관련한 바 법무장관의 언급과 특검 보고서에는 극명한 차이가 있다”면서 “우리가 특검 보고서를 계속 검토하면서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바 법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사법 방해를 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지만, 특검보고서는 그런 주장을 약화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주당 일각에선 탄핵론까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 의원은 18일 특검보고서가 공개된 직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를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오카시오 코르테즈 의원은 트위터에 “뮬러 특검보고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방해 조사에 대한 의회의 책임을 분명하게 지적하고 있다”고 썼다. 라시다 트라이브, 알 그린 의원 등도 탄핵론을 거들었다. 민주당 지도부는 탄핵을 입에 올리지 않고 있다. 뮬러 특검이 트럼프 대통령을 기소하지 않은 상황에서 탄핵을 밀어붙일 명분이 부족한 탓이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