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수사단이 사건의 핵심 인물인 건설업자 윤중천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윤씨는 자신이 공동대표로 있던 동인레져에 인‧허가 등을 책임지겠다고 속여 5억원 이상을 받아 쓴 혐의와 사업가 김모씨로부터 수사 무마 명목으로 금품을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 수사 권고 관련 수사단(이하 검찰 수사단)은 17일 오전 7~8시쯤 서울 서초구 양재동 윤씨의 자택에서 윤씨를 체포해 이틀째 조사를 이어갔다. 검찰 수사단은 18일 조사를 마치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윤씨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이르면 1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윤씨는 지난 2008년부터 2015년까지 부동산 개발업체 동인레져 공동대표를 맡으면서 인·허가를 해결해주겠다며 회사로부터 수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윤씨는 2008년 11월 강원도 홍천군에 18홀 회원제 골프장을 건설하기로 하고 투자자들로부터 30억원을 끌어모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골프장 사업은 입안조차 되지 않고 계획단계에서 무산됐다. 검찰 수사단은 윤씨가 골프장이 들어설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회사와 투자자들을 속인 것으로 보고 있다. 윤씨는 결국 투자금 30억원을 돌려주지 않아 투자금 반환소송을 당했다. 윤씨는 또 동인레져 자금 15억원을 갚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동인레져는 현재 파산해 자산 청산절차가 진행 중이다.
뿐만 아니라 윤씨는 2012년 요식업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던 사업가 김모씨가 거래처들로부터 2억원이 넘는 리베이트를 받은(횡령) 혐의로 서울동부지검과 서울남부지검의 수사를 받자 사건을 무마해주겠다며 금품을 요구했다. 윤씨가 먼저 다른 사업가 A씨에게 김씨의 해당 사건 번호와 담당 검사를 알아보게 한 뒤 당시 광주고검장이던 김학의 전 차관에게 전화해 사건을 청탁했다.
A씨는 2013년 경찰 조사에서 청탁 상황을 직접 목격했으며 김 전 차관이 청탁을 들어주지 않자, 윤씨가 “김 전 차관을 진급시키는데 1억원이나 썼는데…”라고 화를 냈다고 진술했다. A씨는 또 윤씨가 “나중에 검찰총장이 되면 써먹을 것”이라고 말했다고도 했다.
청탁이 불발되자 윤씨는 A씨에게 1000만원을 빌려 당시 범죄예방위원으로 활동하던 정모씨에게 사건 해결을 부탁했지만 이 마저도 실패했다. 그러나 윤씨는 1000만원을 A씨에게 돌려주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수사단이 윤씨를 체포할 당시 체포영장에 적시한 죄명은 사기와 알선수재, 공갈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검찰 수사단은 윤씨의 자금이 김 전 차관 등 사회 유력인사에게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을 두고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윤씨의 개인 비위 수사를 시작으로 뇌물, 성범죄 수사로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