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맨체스터 시티와 토트넘 홋스퍼가 이틀 만에 다시 마주한다. 이번에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가 아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다. 맨시티와 토트넘은 20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프리미어리그 34라운드 경기를 갖는다.
맨시티로서는 상처가 아물지 않은 시점에서 토트넘을 만나게 됐다. 맨시티는 지난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 토트넘과 1승 1패로 합계 점수 4대 4를 기록했으나, 원정 다득점 원칙을 따르는 대회 규정에 눈물을 흘렸다. 똑같은 한 골 차 승부였어도 맨시티는 원정에서 득점을 기록하지 못했고, 토트넘은 3골을 기록했다. 원정 득점이 홈 앤드 어웨이 방식의 유럽 대항전에서는 사실상 1.1골의 의미가 있는 셈이다.
챔피언스리그 못지않게 이번 경기 역시 양팀 모두 사활을 걸어야 한다. 맨시티(승점 83)는 이번 경기에서 이기면 승점이 86점이 돼 리버풀(승점 85)을 넘어 선두를 탈환할 수 있다. 토트넘(승점 67)은 6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승점 64)와 단 3점 차다. 이번 시즌 현실적인 목표로 설정한 3위 자리가 위태롭다는 얘기다.
토트넘이 믿을 것은 단연 손흥민이다. 맨시티와의 지난 챔피언스리그 1·2 차전에서 모두 3골을 터뜨리며 맹활약했다. 팀내 최다 득점자인 해리 케인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웠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케인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을 정도다. 케인과 다른 방식으로 페널티박스 안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제공권에 강점이 있는 페르난도 요렌테와의 연계 역시 훌륭하다는 평가다. 빠른 주력을 바탕으로 많은 동선을 가져가며 상대 수비수들에게 혼선을 준다.
포체티노 감독이 들고나올 전술도 관전 포인트다. 지난 맨시티와의 두 번의 맞대결에서 모두 다른 시스템을 들고 나왔다. 홈에서 열린 1차전에서는 케인을 중심으로 손흥민과 크리스티안 에릭센을 좌우 측면에 세운 스리톱을 구사했다. 에릭센은 중앙 지향적인 움직임을 가져가다 전반 중반이 넘어선 시점에서 손흥민과 위치를 교환했다. 원정경기였던 2차전에서는 손흥민과 루카스 모우라를 앞세운 투톱을 사용했다. 모두 점유율을 포기한 채 실리적인 역습 축구를 구사했다는 것에 공통점이 있었다. 포메이션에 변화가 있더라도 전체적인 경기 방향은 그때와 비슷할 가능성이 크다.
펩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은 17일 챔피언스리그 2차전을 앞둔 기자회견에서 “토트넘과 2연전에 두 개의 트로피가 달려있다. 사실상 그들이 우리의 결승 상대”라고 밝힌 바 있다. 이미 하나의 트로피는 날아갔다. 리그에서 토트넘에 또다시 발목을 잡히면 프리미어리그 우승에도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우승 경쟁을 펼치는 리버풀이 울버햄튼을 제외하면 15위 이하의 약체들만 상대하기 때문이다. 승점을 잃을 가능성은 그다지 크지 않다. 반드시 토트넘을 꺾어야 한다.
열흘간 치르는 3번의 맞대결에서 마지막 경기만을 남겨뒀다. 서로가 서로에게 익숙해질 법한 상황에서 감독 간의 불꽃 튀는 지략 싸움이 예고된 가운데 마지막 웃는 팀이 어디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