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카, 아버지 트럼프가 세계은행 총재직 제안…‘족벌주의 방지법’ 사각지대?

입력 2019-04-18 17:33 수정 2019-04-19 11:38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이 17일(현지시간)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 아비장의 항구도시에서 AP통신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방카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세계은행 총재직을 제안받았으나 고사했다고 말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딸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이 아버지로부터 세계은행(WB) 총재직을 제안받았다고 시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방카 보좌관에게 주요 국제기구 고위직을 맡기려 한 것은 유엔 주재 미국 대사 자리에 이어 두 번째다.

아프리카 순방 중인 이방카 보좌관은 17일(현지시간)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은행 총재직을 제안했나”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방카 보좌관은 “그렇다”고 대답한 뒤 “그냥 질문(형식)이었다. 나는 아버지에게 내가 하는 일에 만족한다고 말했다”고 답했다.

이방카 보좌관이 세계은행 총재로 유력하다는 보도는 꾸준히 나왔지만, 스스로 이 사실을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백악관은 처음에는 이방카 보좌관이 새 총재 인선 과정을 돕고 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시사주간지 애틀랜틱 인터뷰에서 “세계은행 총재로 이방카를 생각했다. 숫자에 아주 능하기 때문에 그 정도는 잘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WB 총재 지명권은 사실상 미국 대통령에게 있다. WB 지분을 가장 많이 확보한 미국의 대통령이 관례적으로 인사권을 행사하고 있다. 최근 새 총재로 취임한 데이비드 멀패스도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인사다.

이방카 보좌관은 유엔 주재 미국 대사로도 유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애틀랜틱 인터뷰에서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 후임으로 이방카 보좌관을 고려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만일 이방카를 주유엔 대사로 임명했다면 족벌정치라고 비난받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미 의회는 1960년대 후반 대통령 가족에게 주요 직책을 맡기는 ‘족벌주의(네포티즘·Nepotism)’를 막는 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에 따르면 대통령의 친족은 연방기관에서 일할 수 없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35세에 불과한 동생 로버트를 법무장관에 앉히면서 네포티즘의 문제점이 지적된 데 따른 것이다. 정작 로버트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며 법무장관직을 수행했다. 백악관은 네포티즘 방지법이 규정한 연방기관에서 제외돼 있으므로 이방카가 백악관 보좌관이 될 수 있었다고 CNN방송은 지적했다.

이방카 보좌관은 세계 여성의 경제적 권리 보호와 신장을 위해 지난 14일부터 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 국가들을 순방 중이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