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딸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이 아버지로부터 세계은행(WB) 총재직을 제안받았다고 시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방카 보좌관에게 주요 국제기구 고위직을 맡기려 한 것은 유엔 주재 미국 대사 자리에 이어 두 번째다.
아프리카 순방 중인 이방카 보좌관은 17일(현지시간)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은행 총재직을 제안했나”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방카 보좌관은 “그렇다”고 대답한 뒤 “그냥 질문(형식)이었다. 나는 아버지에게 내가 하는 일에 만족한다고 말했다”고 답했다.
이방카 보좌관이 세계은행 총재로 유력하다는 보도는 꾸준히 나왔지만, 스스로 이 사실을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백악관은 처음에는 이방카 보좌관이 새 총재 인선 과정을 돕고 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시사주간지 애틀랜틱 인터뷰에서 “세계은행 총재로 이방카를 생각했다. 숫자에 아주 능하기 때문에 그 정도는 잘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WB 총재 지명권은 사실상 미국 대통령에게 있다. WB 지분을 가장 많이 확보한 미국의 대통령이 관례적으로 인사권을 행사하고 있다. 최근 새 총재로 취임한 데이비드 멀패스도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인사다.
이방카 보좌관은 유엔 주재 미국 대사로도 유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애틀랜틱 인터뷰에서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 후임으로 이방카 보좌관을 고려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만일 이방카를 주유엔 대사로 임명했다면 족벌정치라고 비난받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미 의회는 1960년대 후반 대통령 가족에게 주요 직책을 맡기는 ‘족벌주의(네포티즘·Nepotism)’를 막는 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에 따르면 대통령의 친족은 연방기관에서 일할 수 없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35세에 불과한 동생 로버트를 법무장관에 앉히면서 네포티즘의 문제점이 지적된 데 따른 것이다. 정작 로버트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며 법무장관직을 수행했다. 백악관은 네포티즘 방지법이 규정한 연방기관에서 제외돼 있으므로 이방카가 백악관 보좌관이 될 수 있었다고 CNN방송은 지적했다.
이방카 보좌관은 세계 여성의 경제적 권리 보호와 신장을 위해 지난 14일부터 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 국가들을 순방 중이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