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적인 시 경계로 인해 경기도 용인시 청명센트레빌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는 초등학생들은 걸어서 4분 거리(246m)인 수원시 황곡초등학교 대신에 위험천만한 왕복 8차선 도로를 건너 20분 거리(1190m)에 있는 용인시 흥덕초교에 다녀야만 했다.
하지만 이르면 내년부터는 청명센트레빌 아파트 단지 초등학생들이 가까운 황곡초교로 다니게 된다.
용인시와 수원시가 경기도의 중재로 마침내 주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시 경계를 조정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이는 주민이 거주하는 지역을 대상으로 한 전국 지방자치단체 간 첫 번째 경계조정 사례여서 주목된다.
용인시와 수원시는 18일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에서 ‘용인시·수원시 간 경계 조정 공동협약식’을 체결하고, 경계 조정이 원만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협력하기로 약속했다.
방식은 맞교환 방식이다.
용인시가 청명센트레빌아파트 일원 8만5961㎡를 수원시에, 수원시는 원천동 42번 국도 주변 준주거지역 일원 4만2619.8㎡를 용인시에, 각각 넘기기로 했다.
이날 열린 용인시·수원시 간 경계 조정 공동협약식에는 백군기 용인시장과 염태영 수원시장을 비롯해 두 지자체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두 지자체는 협약에 따라 경계 조정 대상 지역 주민들이 각자 편입된 지역에서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행정구역 변경에 따른 각종 행정사무 이관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로 했다.
두 지자체 간의 경계 조정 갈등은 지난 2012년 청명센트레빌아파트 주민들이 자녀 통학 안전 문제를 이유로 수원시 편입을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청명센트레빌 아파트 주민의 생활권은 수원이지만, 1994년 영통신도시 개발과정에서 행정구역상 용인시에 포함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경기도는 도 교육청의 학군 조정과 두 지자체 간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2015년 행정1부지사 주재로 교육청·용인시·수원시가 참여한 가운데 경계조정 실무회의를 열고, ‘청명센트레빌아파트와 주변 부지를 수원시 태광CC 부지 일부·아포레퍼시픽 주차장과 교환’이라는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용인시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재명 도지사 취임 이후 다시 중재에 적극적으로 나선 도는 지난해 10월 청명센트레빌아파트 일대 부지와 수원시 원천동 홈플러스 인근 준주거지 39필지를 맞교환하는 수정 중재안을 제시했다.
이에 용인시와 수원시가 동의하면서 시 경계 조정은 급물살을 탔다.
용인시와 수원시는 경계 조정 협의를 이어갔고, 주민공청회를 열어 주민 의견을 수렴했다.
마침내 지난 3월 용인시의회와 수원시의회가 경계 조정에 찬성 의견을 냈고, 4월 4일 경기도의회가 본회의를 열어 ‘수원-용인 경계 조정’ 안건을 통과시켰다.
용인시·수원시의 행정 경계 조정은 앞으로 행정안전부 검토와 입법 예고, 국무회의 등을 거쳐 이르면 올 하반기쯤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백군기 시장은 “주민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을 대상으로 전국 최초로 자치단체 간 경계조정에 합의한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며 “오직 시민만을 보고 기형적인 구조의 경계를 조정하는데 합의해준 용인시의회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염태영 시장은 “수원시와 용인시의 합의는 지방자치단체 간 합리적 경계 조정의 본보기가 될 것”이라며 “경계 조정은 중앙정부와 광역자치단체의 중재도 필요하지만, 기초단체장들이 시민만 바라보고 일하면 답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용인=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