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은 잉글랜드 토트넘 홋스퍼를 사상 처음으로 ‘꿈의 무대’ 문턱까지 올려놨다. 공격 본능을 깨워 멀티골을 터뜨렸고, 수비까지 완벽했다. 세계 축구선수에게 꿈의 무대로 여겨지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은 이제 손흥민의 눈앞에 있다.
토트넘은 지난 17일(현지시간) 영국 맨체스터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2019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서 맨체스터 시티(맨시티)와 혈투 끝에 승리를 거뒀다.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이 대회 4강에 진출했다. 맨시티는 홈에서 4골을 몰아넣고도 고배를 마셨다. 토트넘은 1차전 홈경기에서 1대 0으로 승리했고, 2차전 원정경기에서 1골차로 졌지만 3골을 넣었다. 최종 전적 1승 1패, 최종 스코어 4대 4로 균형을 맞춘 상황에서 원정 다득점 원칙에 따라 승자는 토트넘이었다.
맨시티의 무릎을 꿇린 선수는 ‘손세이셔널’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은 대체로 카일 워커와 뱅상 콤파니 사이에 있었다. 오른쪽에는 루카스 모우라와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있었기 때문에 사실상 왼쪽과 중앙 공격지역 전체를 손흥민이 담당한 셈이었다.
손흥민은 주포 해리 케인의 임무를 수행했다. 토트넘의 기존 전술에서 케인은 만능형 공격수다. 케인은 드리블 돌파와 슛에도 능하지만, 상대 선수를 등지는 포스트 플레이와 연계 능력도 출중하다. 경기가 안 풀릴 때는 측면으로 빠져 나와 상대 팀 수비를 흔들기도 한다.
손흥민은 케인의 역할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손흥민은 포스트 플레이를 과감히 포기하는 대신 장기인 드리블 돌파, 슛, 측면으로 빠져나오는 플레이에서 뛰어난 실력을 선보이며 맨시티 수비진을 괴롭혔다.
전반전 초반에는 손흥민의 공격 본능이 빛났다. 손흥민은 전반 7분 맨시티의 중앙 수비수 에므리크 라포르테가 잘못 걷어낸 공을 논스톱 슛으로 연결해 선제골을 기록했다. 전반 10분에는 에릭센의 패스를 받아 왼쪽 측면에서 수비수 워커를 제쳐낸 뒤 강력한 인사이드 슛으로 맨시티의 골키퍼 에데르손을 뚫어냈다. 경기 시작 10분 만에 2골을 뽑아낸 셈이다. 에데르손 골키퍼는 정확하고 강한 손흥민의 슛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전반 중반부터 경기가 끝날 때까지는 손흥민의 효과적인 수비가 빛났다. 라힘 스털링이 전반 21분 맨시티의 세 번째 골을 넣자 손흥민은 왼쪽 윙어로 자리를 옮겼다. 손흥민은 수비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손흥민은 이미 베르나르두 실바에게 많은 돌파를 허용했던 대니 로즈를 지원했다. 때로는 토트넘의 페널티박스 근처까지 내려와 베르나르두를 막아서기도 했다. 손흥민의 효과적인 수비 때문에 맨시티는 전반전이 끝날 때까지 왼쪽 측면을 많이 활용할 수밖에 없었다.
손흥민은 후반 10분쯤 모우라와 위치를 바꾸고 오른쪽 윙 포워드에서 경기를 뛰었다. 하지만 역할은 달라지지 않았다. 손흥민은 맨시티 왼쪽 윙백인 벵자맹 멩디의 오버래핑을 막고 키에런 트리피어와의 협력 수비로 스털링의 돌파를 저지했다.
하지만 손흥민의 공격 본능은 그대로였다. 손흥민은 후반 25분쯤 맨시티의 오프사이드 트랩을 깨는 놀라운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토트넘은 손흥민의 돌파 이후 연달아 두 번의 코너킥을 얻게 됐다. 페르난도 요렌테는 두 번째 코너킥에서 팀의 세 번째 골이자 토트넘의 4강 진출을 확정 짓는 결승 골을 기록했다. 손흥민이 토트넘의 모든 골에 관여한 셈이다. 토트넘이 세 번째 골을 넣자 손흥민은 수비에 깊숙이 관여했다. 공수를 가리지 않은 손흥민의 활약이 토트넘의 4강을 이끈 셈이다.
박준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