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왕’ 요렌테, 케인을 기억에서 지우다

입력 2019-04-18 15:45
페르난도 요렌테가 18일 2018-2019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4강 진출에 성공한 후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게티이미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 공격수 페르난도 요렌테가 펄펄 날고 있다. 측면 공격수 손흥민, 루카스 모우라와의 공격적인 연계 역시 훌륭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해리 케인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는다”며 웃음을 지을 정도다.

토트넘은 2018-2019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던 맨체스터 시티와 8강에서 합계 스코어 4대 4 동률을 이뤘으나, 원정 다득점 원칙에 따라 4강으로 향할 수 있었다.

경기를 끝낸 뒤 스포트라이트는 손흥민을 비췄다. 손흥민은 잔뜩 라인을 끌어올린 맨시티의 뒷공간을 효과적으로 공략하며 맹활약했다. 지난 10일 1차전에서도 득점을 터뜨린 데 이어 이날도 멀티골을 기록하며 4강 진출의 일등공신이 됐다. 하프라인 윗선에서 2선과 최전방을 오가며 맨시티 수비진들을 끊임없이 괴롭혔다.

요렌테에게도 박수가 쏟아졌다. 후반 18분, 세트피스 상황에서 4-3으로 따라붙는 추격골을 터뜨렸다. 토트넘의 4강 직행을 결정짓는 천금같은 득점이었다. 후반 들어 부상당한 무사 시소코를 대신해 비교적 이른 시간 교체 투입되며 손흥민과 함께 투톱을 이뤘다. 시소코의 이탈로 맨시티가 중원 장악력을 뺏어온 상황에서 득점 한 번으로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

페르난도 요렌테와 손흥민이 18일 2018-2019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4강 진출에 성공한 후 포옹을 나누고 있다. 게티이미지

손흥민의 속도와 요렌테의 높이가 훌륭한 시너지를 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손흥민과 모우라를 양 측면에 간격을 좁게 배치해 전방 압박을 수행하게 한다. 요렌테가 페널티박스 내에서 몸싸움을 펼쳐 2선과 측면 공격수들의 연계를 통해 기회를 노리는 식이다. 요렌테가 포스트 플레이나 세컨드 볼을 통해 손흥민에게 득점 찬스를 제공한다.

포체티노 감독도 케인이 없는 상황에서 요렌테를 활용한 스리톱과 모우라를 아랫선에 위치시킨 변칙적인 투톱을 시도하고 있다. 요렌테를 중심에 세운 후 손흥민과 모우라를 좌우 측면에 배치하는 방식으로, 손흥민을 최전방에 둔 원톱보다도 우선되는 공격 옵션이다. 요렌테의 뛰어난 제공권과 연계 능력에 신뢰를 보내고 있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요렌테는 맨시티를 상대로 중요한 득점을 터뜨리며 포체티노 감독의 신뢰에 보답했다.

그간 토트넘에서 요렌테의 위치는 철저한 백업 요원이었다. 주로 카라바오컵(리그컵),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등 비중이 낮은 대회서만 케인의 체력 안배를 위해 기회를 받았다. 오는 여름 이적시장에서 출전 기회를 위해 팀을 떠날 것으로 예측됐다.

상황이 달라졌다. 케인이 없는 상황에서 요렌테가 필요하다는 사실이 결과를 통해 증명됐다. 케인의 부상에도 팀의 챔피언스리그 4강행을 결정지으며 자신의 진가를 입증했다. 경기가 끝낸 뒤 포체티노 감독은 요렌테에게 달려가 깊은 포옹을 나눴다. 포체티노 감독으로서도 요렌테를 다시 볼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토트넘의 잔여 시즌은 최소 7경기. 챔피언스리그 4강에서 네덜란드 아약스를 꺾고 결승에 진출할 경우 8경기까지 늘어난다. 케인이 없는 상황에서 치러야 하는 경기다. 게다가 4강 1차전은 핵심 공격수 손흥민이 경고 누적으로 출전이 불가능한 상황. 요렌테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