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를 낳고 4년을 썼다. 아이 젖병부터 이유식 그릇까지 다 저걸로 닦았고 지금도 설거지할 때 사용하고 있는데 어떻게 하라는 거냐.”
친환경이라는 말만 믿고 사용했던 주부들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
지난 17일 캐나다 친환경 브랜드 에티튜드에서 만든 젖병 세정제에서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검출됐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발표가 나온 뒤 소비자들은 에티튜드의 불성실한 환불 대응과 식약처의 늑장 발표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에티튜드는 쁘띠엘린이 수입해 판매하는 세제로 아이를 둔 부모들이 젖병 세척을 위해 주로 구입하고 있다. 가격도 성인용 주방세제보다 비싸다.
올해 첫째 딸이 어린이집에 들어갔다는 직장맘 유모(45)씨는 “친환경이란 말만 믿고 아이를 낳은 뒤 바로 구매했다”면서 “아이 신생아 때부터 4년 넘게 썼는데 이제 와서 문제가 있다고 발표하면 어쩌라는 거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아이가 조금만 아파도 괜히 세제를 잘못 써서 그런 거 아닌가 걱정할 것 같다. 아이들에게 미안하다”고도 했다.
제품을 사용한 소비자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지만 환불을 고지한 기업의 행동은 무책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환불 정책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이미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에티튜드 측이 환불해 주기로 한 것은 공식수입 및 정품 스티커가 붙은 제품뿐이다.
이미 공식 스티커를 붙이지 않은 제품들이 이커머스를 통해 대량으로 팔린 상황인데 기업은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것이다.
공식수입 업체인 쁘띠엘린 측은 “쁘띠엘린이 공식 수입, 판매된 에티튜드 제품만 환불 대상이며 병행, 직구 구매상품은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여기에 2018년 1년간 생산된 제품만 회수 대상이다. 제품 바닥면의 로트 번호 중 끝에서 5자리 번호가 ‘8K191’처럼 ‘8’로 시작해야 한다. 7이면 2017년 생산제품이기 때문에 환불을 받을 수 없다.
한 맘카페 회원은 “2018년 이전에 만든 건 검사를 안 했다는 것일 뿐”이라며 “더했는지 덜했는지 알 수 없다”며 수입업체를 비난했다.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은 식약처에 대해서도 불평을 쏟아내고 있다. 현재 에티튜드는 젖병 세정제 외에도 영유아 옷 세척제, 섬유유연제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식약처는 해당 제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식약처 측은 “에티튜드 제품은 통관 과정에서 약 55t이 수입되는 건 금지했다”면서 “이미 283t의 제품이 유통돼 여기에도 해당 유해 성분이 포함됐는지 수거해 검사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편 식약처는 지난 17일 에티튜드 등 일부 유아용 수입 주방세제에서 가습기 살균제 성분으로 알려진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 및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해당 제품들의 수입을 금지하고 이미 유통된 제품을 전량 회수하기로 했다.
CMIT, MIT는 살균·보존 효과가 있어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는 생활용품에 두루 쓰이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사용금지 성분으로 정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 당시 호흡기 질환을 일으킨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