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성추행 및 갑질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대학교 서어서문학과 A교수의 파면을 촉구하는 학생들이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대 총학생회 등으로 구성된 ‘A교수 사건 대응을 위한 특별위원회’는 18일 오전 서울대 행정관 앞에서 윤민정 특위 위원장과 신유림 서문과 학생회장의 무기한 단식 돌입을 발표했다. 이들은 단식 중 건강이 악화돼 17일 입원한 이수빈 인문대 학생회장의 자리를 채운다.
윤 위원장은 “빠른 시일 내 학교 측과 합의를 해 이수빈 학생의 단식을 마무리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려고 했으나 협조하지 않았다”며 “교원징계규정에 학생의 안을 반영하는 것은 지난해 5월 H교수 성추행 사건 당시 학교와 합의된 내용인데 총장이 교체되는 과정에서 이행되지 않았다. 이번에는 바꿔야 한다는 생각으로 단식을 결정하게 됐다”고 알렸다.
앞서 이 회장은 1차 공동행동 이튿날인 지난 3일부터 A교수의 파면을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을 단행했다. 2주 뒤인 17일 의료진은 이 회장의 장기가 영구적으로 손상될 수 있다고 진단하고 단식을 만류했다. 그는 17일 단식을 멈추고 입원했다.
특위는 A교수 파면과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한 교원징계규정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기존 징계절차는 피해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지 않기 때문에 피해자가 학교의 보호를 받을 권리를 명시한 교원징계규정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특위는 이날 기자회견 후 교무처·학생처 등 학교 측과 면담을 통해 학생의 요구사안 수용 여부를 타진할 계획이다.
서울대서 벌어진 갑질 그리고 성추행
지난달 4일 서울대 입학식장에서 서어서문학과 A교수 파면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그가 지속적인 성폭력을 행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지만 정직 3개월 처분에 그친 것이 도화선이 됐다.
특위는 “서울대가 세상 앞에 부끄럽지 않도록 A교수 파면 결정을 조속히 이끌어 내야 한다”며 “성추행을 저지른 교수에게 3개월 쉬고 돌아오라고 명하는 곳이 과연 고등 교육기관으로 불릴 수 있나. 학문을 하고 진리를 탐구한다는 대학이 여전히 보편적 인권 기준조차 세우지 못하고 학생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서문과는 피해를 호소하는 학생이나 고발하는 사람을 압박했다”며 “정보를 통제하고 있는 일을 없던 일처럼 포장했다”고 주장했다. 학과 측에서 제보자를 색출하기 위한 움직임을 포착한데 따른 지적이다.
지난 2월 6일 서울대에 붙은 대자보에는 A교수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미투 폭로가 나왔다. 대자보를 쓴 B씨는 “그는 호텔 바에서 내 허벅지 안쪽에 있는 화상 흉터를 보고 싶어 했고 안 된다고 했는데도 스커트를 올리고 다리를 만졌다. 버스에서 자고 있을 때 뒷좌석에서 내 머리카락에 손가락을 넣어 만진 적도 있고, 수시로 내 어깨와 팔을 허락 없이 주무르기도 했다”며 “그는 또 내 사생활을 통제하려 해서, 남자친구를 사귀려면 사전에 허락받을 것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B씨는 지난해 서울대 인권센터에 A교수를 고발했다.
A교수는 “다리에 감긴 붕대를 만졌다” “피로를 풀라는 의미에서 지압을 해줬다” 식의 해명을 내놨다. 하지만 인권센터는 지난해 12월 21일 정직 3개월 처분만을 내렸다.
이어 그가 강사의 연구를 갈취했다는 추가 폭로가 나왔다. 외국인 강사 C씨는 “A교수는 학생들을 이용해 외국인 저자들의 책을 번역시켰고 이를 자신의 책에 포함시켰다”며 “표절을 하며 최소 1회 이상 한국인 여자 강사의 글을 자기가 쓴 것처럼 했고 해당 강사에게는 알리거나 허락을 구하지도 않아 스페인어문학회에 고발당했다”고 덧붙였다. 또 “A교수는 자기 전문분야가 아닌 분야의 논문 연구나 집필 과정에 참여하지 않은 채 석사과정생 또는 강사들과 공동저자로 논문을 냈다”며 “이 성과를 바탕으로 국내외 학회에 참석하면서도 막상 학회발표 책임은 다른 사람에게 떠넘겼다”고도 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