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듣지 못하지만 사랑만큼은 충만합니다” 농인이 농인에게 쓰는 편지

입력 2019-04-18 10:41 수정 2019-04-22 16:30
김애식 노량진농인교회 목사(왼쪽 두 번째)와 성도들이 지난 14일 교회에서 농인 어린이를 위해 쓴 편지를 들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말디에게… 오랜만이구나 말디. 항상 하나님을 사랑하는 우리가 말디를 축복하는 기도를 하고 있단다. 기쁘고 건강하게 자라길 바란다. 말디가 학교를 열심히 다녀 하나님을 기쁘게 하기를 바라. 주님이 항상 말디와 동행함을 믿으렴.”

장염추(42·여) 권사는 지난 14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농인교회(김애식 목사)에서 인도네시아에 사는 농인인 디오 말다니(13)군을 위해 편지를 썼다. 국제어린이 양육기구 한국컴패션(서정인 대표)을 통해 후원하는 장애인 어린이 8명을 위해 편지를 쓰는 도중이었다. 장 권사는 친구와 잘 지내고 선생님 말씀도 잘 들으라며 사랑과 위로를 편지에 담았다. 그 역시 농인으로 말디를 생각하며 눈물이 촉촉이 맺혔다. 장 권사 스스로 직접 글을 쓰기가 어렵기에 정은경(52·여) 집사의 도움을 받았다. 장 권사가 수화로 말하면 정 집사가 글로 옮겼다.

“사랑하는 께브헤에게. 께브헤가 매일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건강하게 지내기를 바란다. 약하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희망을 나눠주는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기도할게. 예수님 이름으로 너를 정말 사랑하고 축복해.”

농인인 이상백(36)씨는 브루키나 파소에 사는 나피사투 께브헤(4)양을 위해 편지를 썼다. 께브헤 역시 농인이다. 이씨는 교회 앞 거리에서 국화빵을 팔아 그 수익금으로 장애를 지닌 어린이들을 돕고 있다. 국화빵은 노량진 고시생들 사이에서 꽤 인기가 많다. 이씨는 “께브헤가 잘 성장하도록 후원을 함에 보람을 느낀다”며 “아이에게는 사랑한다는 메시지를 편지로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멕시코에 있는 까데린 에스뜨렐라(12)군에게 편지를 쓴 박혜진(44·여) 장로는 “살면서 탄탄한 길만 있는 것은 아니다”며 “청각 장애를 갖고 살며 힘든 상황도 많이 만나겠지만 하나님께서 보호하심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량진농인교회에서는 찬양과 설교 신앙고백 등이 모두 수화로 이뤄진다. 농인들이 모인 교회이지만 사회 선교도 빼놓지 않는다. 교회는 1년에 두 번 바자회를 열어 음식을 나누며 지역 주민과 소통한다. 화 목 토요일은 일반인을 위한 수화 강의를 연다. 농인들이 직접 볶은 커피 원두를 이웃과 나누고도 있다. 농인들의 삶이 교회에서 가꿔지고 있는 것이다. 교회는 한국컴패션을 통해 2012년부터 끊이지 않고 장애를 지닌 아이들을 돕고 있다.

교인들은 일대일로 기도 제목을 나눴다. 수화를 통해서다. 장 권사는 암 수술을 한 정 집사의 건강을 위해 기도했다. 정 집사는 엄마로서 가정을 일꾼 장 권사의 화목을 위해 기도했다. 약간의 어려움은 안고 있는 이들이 서로를 위해 기도하며 그 어려움을 극복했다. 노량진 고시생 청년들과 외로운 이웃들을 위해서도 기도했다. 김애식 목사는 “교인들이 구두를 닦고 국화빵을 팔며 어려운 살림 속에 돈을 아껴 아이들을 돕고 있다”며 “우리가 받은 하나님 축복이 모든 아이의 삶 속에서 함께 하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