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감독 수작 ‘벌새’… 베를린 이어 이스탄불영화제 대상

입력 2019-04-17 21:52
이스탄불영화제 대상을 수상한 '벌새'의 김보라 감독(왼쪽)과 시상을 맡은 린 램지 감독(가운데). 엣나인필름 제공

제69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제너레이션 14Plus 부문 대상을 수상한 영화 ‘벌새’가 제38회 이스탄불영화제 국제경쟁부문 대상(골든 튤립상)까지 거머쥐었다.

김보라 감독의 첫 장편영화 ‘벌새’는 지난 5~16일 진행된 제38회 이스탄불영화제 국제경쟁부문 대상을 수상했다고 배급사 엣나인필름이 17일 전했다.

‘케빈에 대하여’ ‘쥐잡이’의 린 램지 감독이 직접 시상에 나섰다. 트로피를 건네받은 김보라 감독은 “상을 받게 될 줄 몰랐기 때문에 제 이름이 호명됐을 때 무슨 상 받는 거냐고 옆에 앉은 감독님께 물어봤다. 골든 튤립(대상)상이라는 말에 너무 놀랐다”고 입을 뗐다.

이어 “환대해주신 영화제 관계자들과 ‘벌새’ 스태프·배우들께 모두 감사하다”면서 “한국에서 여성 감독으로 장편 만드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이 상이 마치 ‘포기하지 말고 계속 하라’는 이야기처럼 들린다.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영화 '벌새'의 한 장면. 엣나인필름 제공

‘벌새’는 성수대교가 붕괴된 1994년, 거대한 세계 앞에서 방황하는 중학생 은희가 한문 선생님 영지를 만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마주하는 방법을 찾아가는 작품이다.

영화는 오는 24일부터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트라이베카영화제 경쟁부문에도 공식 초청됐다. 현대사와 밀접하게 연결된 개인의 서사를 담고 있는 ‘벌새’는 열네 살 소녀가 냉혹하고 폭력적인 세계를 마주할 때의 내밀한 감정을 섬세하게 묘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보이후드’를 연상케 하며 인물들의 일상에서 현시대를 경험하게 한다”는 극찬도 나온다.

앞서 ‘벌새’는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넷팩상 및 KNN관객상, 제44회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회 특별상 및 새로운 선택상 등을 차지한 바 있다. 오는 8월 말 국내 개봉된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