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개혁’ 소식, 부동산 부자들이 좋아합니다… 사실일까

입력 2019-04-18 00:04
게티이미지뱅크

“6억원 하던 아파트가 8억원으로 오르기는 어렵지만 600만원짜리는 800만원 되기 쉽죠.”

정부가 리디노미네이션(화폐단위 변경) 가능성을 언급한 뒤 부동산 관련 카페 등에는 이 같은 내용의 글들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이들이 기대한 것은 부동산 가격 급등이다.

리디노미네이션은 화폐가치의 변동 없이 화폐의 호칭을 바꾸거나 단위를 동일한 비율로 낮추는 것을 말한다. 최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국회 업무보고에서 “리디노미네이션을 논의할 때”라고 말한 뒤 공론화됐다. 다음 주 국회에서는 이와 관련해 공개 토론회도 진행한다.

그렇다면 리디노미네이션은 부동산 가격 급등을 초래할까.

17일 경제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으로 진단했다. 리디노미네이션이란 돈의 가치에 변화를 주지는 않지만 거래 단위를 낮추는 것이다. 가령 화폐단위를 1000대 1로 낮춘다고 하면 1만원은 10원, 1000원은 1원으로 변경되는 식이다.

이처럼 화폐 단위에 변화가 생기면서 일시적으로 부동산을 매수하겠다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고 가격 급등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부동산 업계의 얘기다. 실물 가치는 크게 변화하지 않는데 화폐 가치는 낮게 느껴지다 보니 부동산 가격이 부풀려질 수 있다는 거다.

또 현금 단위가 바뀌는 데 따른 불안정성을 대비하려고 대표적인 실물자산인 부동산에 수요와 자금이 몰려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릴 가능성도 제기됐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 공인중개사는 17일 “리디노미네이션 이슈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 시장의 반응이 가장 민감했다”면서 “실제 화폐단위가 낮아지기 전에 부동산 투자에 나서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문의 전화가 최근 심심찮게 오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과 자기 소득 수준을 비교해 현실을 인식하는 만큼 시장 과열이 발생하더라도 금방 소멸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한양대 하준경 경제학부 교수는 “부동산 쪽은 뭐든 소재만 나오면 다 갖다 붙인다”면서 “3000원 하던 걸 3원으로 하면 싸 보이니 순간적으로 인플레가 생길 수는 있지만 결국 사람들은 자기 소득과 비교해 맞출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과거처럼 부동산을 현찰로 거래하던 시대가 아닌 만큼 화폐개혁이 부동산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건국대 고성수 부동산학과는 “화폐개혁으로 정부가 기대하는 건 우수리(물건값을 제하고 거슬러 받는 잔돈)가 떨어져 나가는 것”이라며 “이로 인해 인플레가 생기고 경제 숨통을 틔워줄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동산의 경우 요즘은 정부 정책 때문에 현찰로 거래하는 경우가 사라진 만큼 화폐개혁의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