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 덩치 큰 남자 쳐다만봐” 11세 여아 잡아채 공격, 진주 아파트 비극

입력 2019-04-17 04:00 수정 2019-04-17 04:00
17일 오전 4시32분께 경남 진주시 가좌동 한 아파트에서 방화 및 묻지마 살인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용의자 안모(42)씨가 고개를 숙인 채 진주경찰서 유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경남 진주 소재 아파트에서 방화·살해 사건을 벌인 안모(42)씨에게 변을 당한 피해자 중에는 4층에 거주하는 11세 A양도 있었다. 이번 사건으로 사망한 5명 중 가장 어린 피해자다.

A양은 사건이 벌어진 17일 화재를 피해 계단을 통해 내려가던 중 안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A양을 구하려던 A양 어머니도 중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A양 아래층에 살던 할머니 김모(65)씨도 1층 입구 쪽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양 사촌 언니인 B씨(21)는 “불이 난 것을 알고 동생과 함께 내려가다가 한 남성이 흉기를 휘두르는 것을 보고 다시 올라가려 했다”며 “그런데 남성이 동생을 잡아챘다”고 중앙일보에 밝혔다. B씨 역시 부상을 입어 진주시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안씨는 17일 오전 4시25분쯤 이 아파트 4층에 있는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르고 2층 엘리베이터 입구에서 대피하는 주민들을 상대로 흉기를 휘둘렀다. 주민 5명이 사망했으며, 2명이 중상, 4명이 경상을 입었다. 7명은 연기를 흡입해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사망자 대부분은 여성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안씨가 힘이 약한 여성이나 노인만 노려 범행을 저지른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해당 건물 1층 주민인 유모씨는 “아는 지인 얘기를 들어보니 대피하던 중 2층 계단에서 범인과 마주쳤는데 손에 흉기를 쥐고 있었다고 한다”며 “지인이 덩치가 커 힘깨나 쓰게 생겨서 그랬는지 지켜보기만 해 무사히 빠져나왔다”고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주장했다.

현장에서 체포된 안씨는 횡설수설하며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진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