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강원도 고성에서 큰 산불이 발생했다. 두 명의 사망자가 나오고, 수많은 이재민이 발생했다.
강원도 일대를 불태운 화마는 목줄에 묶여 있거나 철창에 갇혀 있는 개, 돼지, 소, 닭 등을 덮쳤다. 일부는 반려동물, 일부는 농장에서 기르던 가축이었다. 동물들은 미처 불을 피하지 못해 타죽거나 심한 화상을 입었다.
사람과 함께 도망가지 못해 불길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그을리거나 타죽은 동물들의 모습이 언론에 공개돼 큰 충격을 줬다.
이후 강원 산불 발생 때 동물 구조·대피에 소홀했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국가 재난 상황에서 동물이 배제된 대응 체제가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동물권단체 동물해방물결은 지난 7일 성명서를 통해 “현장 조치 행동 매뉴얼을 포함, 현재 대한민국 재난 관리 시스템에 동물은 없다. 동물을 구조할 책임은 온전히, 함께 사는 개인에게 있다”며 “이로 인해 재난 발생 시 혼란과 동물이 입는 피해는 엄청나다. 이번 강원 산불 현장에서도 동물은 국가의 구호를 전혀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동물권에 대한 달라진 인식과 여론을 반영해 소방청은 17일 개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 심폐소생술 동영상을 만들어 일선 소방서에 보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재난 상황 시 반려동물 구호활동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소방청은 또 동물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소방학교에 반려동물 구조에 필요한 특별 교육과정 개설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소방청은 “반려동물 1000만 시대에 맞춰 재난현장은 물론 일상생활에서도 동물 응급처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동영상, 매뉴얼과 같은 교육 자료를 만들어 널리 홍보하겠다”고 밝혔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