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르담 화재 음모론 ‘활활’ “프랑스판 9·11 테러” “서방 국가 무너졌다”

입력 2019-04-17 11:12
극우성향의 가짜뉴스 사이트 인포워스가 15일(현지시간) 공개한 페이스북에서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영상을 보며 웃는 얼굴의 이모티콘을 표시한 페이스북 유저 목록 캡처본. 인포워스 홈페이지 캡처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극우 성향 사이트 중심으로 각종 음모론이 확산되고 있다.

극우파 음모론자 알렉스 존스가 운영하는 가짜뉴스 사이트 ‘인포워스(InfoWars)’는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는 누군가 의도적으로 불을 지른 방화라는 억측을 반복하고 있다. 존스는 “이번 화재가 테러와 관련 있을 것이라는 의견들이 검열 받고 있다”며 “이슬람 세력이 방화를 저질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인포워스에서 강조했다.

폴 조셉 인포워스 기고자는 아랍어 이름을 가진 페이스북 이용자들이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를 언급하며 웃는 얼굴의 이모티콘을 쓰는 것을 두고 “이슬람인이 노트르담 화재를 반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버즈피드뉴스는 “조셉은 페이스북 상의 이모티콘이라는 빈약한 근거를 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포워스 사이트에서는 한때 노트르담 화재를 ‘반기독교적 공격’이라고 주장하는 컨텐츠가 올라오기도 했다.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이 16일(현지시간) 불길에 휩싸여 있다. AP뉴시스

주류 언론에서도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에 대한 근거 없는 주장이 난무하고 있다. 폭스뉴스에 출연한 필리페 카르센티 파리 뉘이쉬르센 시장은 “이번 사태는 프랑스의 9·11과 같다”고 밝혀 논란을 빚었다. 그러자 폭스뉴스 앵커는 “화재 원인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는 주장”이라고 선을 그으며 전화 연결을 끊었다.

노트르담 대성당이 서방 문명의 대명사인 점을 과도하게 강조하며 이번 화재가 어떤 세력 등에 의한 방화일 수 있다는 음모를 확산시키는 사람도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추종자이면서 음모론자인 마이크 세르노비치는 성당에서 불이 나자마자 “서방국가가 무너졌다”고 트위터에 적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슬람 세력이 이번 화재에 개입했을 수 있다는 설이 도는 가운데 극우 인사들의 이같은 발언은 이슬람과 서방 국가의 갈등을 부추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트르담 화재 원인은 첨탑 보수 작업 과정에서 발생한 실화(失火)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앞서 더 로컬프랑스는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는 600만 유로(약 78억원)가 투입된 첨탑 보수 작업과 (현장에 있던) 목재 500톤, 납 250톤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현지 소방대를 인용해 보도했다.

프랑스 사법당국도 화재가 첨탑 보수 작업 현장에서 비롯됐는지 여부를 중심으로 조사하고 있다. 이번 화재가 테러와 관련 있거나 방화일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