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교도들이 노트르담 대성당에 방화했다는 음모론이 미국 인터넷 공간에서 퍼져나가고 있다. 음모론자들은 소셜미디어는 물론 극우성향 개인 블로그, 기성 보수 언론 등 다양한 매체에서 생산된 음모론을 인터넷 공간에 퍼뜨렸다.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의 원인을 둘러싸고 인터넷에 근거 없는 음모론이 떠돌아다니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실제로는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인 파리 검찰은 방화로 볼 만한 정황을 발견하지 못했으며 실화일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미국의 극우성향 음모론 사이트로 알려진 ‘인포워스(InfoWars)’가 근거도 없이 이번 화재를 기독교인들에 대한 고의적인 공격으로 규정했다. 유럽 내 교회가 공격받고 있다는 내용의 전혀 상관없는 기사를 인용해 주장을 뒷받침하기도 했다. 극우 칼럼니스트 케이티 홉킨스도 아예 “파리의 유대인과 기독교인 수천명이 이슬람인들에 의해 쫓겨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파리 근교 뇌이쉬르센 시장이자 미디어 비평가인 필리페 카르센티는 미 폭스뉴스와의 전화 연결에서 “이번 사태는 9·11과 같다. 프랑스판 9·11이다”라고 거듭 주장하자 앵커는 “화재 원인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는 주장”이라며 중간에 연결을 끊어버리기도 했다.
이렇게 생산된 음모론은 인터넷을 통해 퍼져나갔다. 특히 기성언론으로 가장해 음모론을 퍼뜨리는 경우도 있었다. CNN방송이 운영하는 것처럼 가장한 트위터 계정은 “노트르담 화재는 테러리즘에 의해 초래된 것”이라는 주장을 실어 날랐다. 이후 CNN이 항의하자 트위터 측은 해당 계정을 삭제했다.
소셜미디어 시스템도 음모론을 부추겼다. 가짜뉴스에 대처하기 위해 만든 한 유튜브 채널에 노트르담 화재와 9·11 테러를 연관시키는 내용을 짜깁기한 흔적도 발견됐다. 유튜브 측은 알고리즘상에서 오류가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는 지난달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벌어진 총기 난사 사건의 생중계 영상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해 뭇매를 맞기도 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