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스플릿으로 가겠다”는 당찬 포부는 어느새 사라졌고, 강등 경쟁의 악몽이 스멀스멀 되살아나고 있다. ‘잔류왕’이라 불리는 인천 유나이티드가 5연패를 거치며 리그 최하위로 떨어졌다. 인천은 사령탑을 일찍 교체하는 강수를 두며 반등을 꾀한다.
인천은 욘 안데르센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는다고 15일 밝혔다. 인천은 “경기력을 향상시키고 침체된 팀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안데르센 감독과 상호 합의해 계약을 해지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2월 미디어데이 때만 해도 “더 위를 바라보는 팀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던 안데르센 감독은 구단을 통해 “올 시즌 시작이 좋지 않았다”며 마지막 변을 전했다.
수년 동안 인천은 지난한 잔류 경쟁을 치러왔다. 2014년 이후 계속해서 하위 스플릿에서 시즌을 마감했고, 최근 3년간은 9위와 10위를 오가며 가까스로 승강 플레이오프를 피했다. 지난해에도 인천은 꼴찌로 시작한 하위 스플릿에서 귀신같이 4승 1패를 거두며 9위에 안착했다. 강등당하지 않고 K리그1(1부리그)에 남는데 능하다 해 ‘잔류왕’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인천은 그 어느 때보다도 이번 시즌을 야심차게 준비했다. 전력강화실장으로 데려온 이천수를 앞세워 겨울 이적시장에서 분주히 움직였다. 문선민과 엘리아스 아길라르를 잃었지만 ‘박항서 키드’ 응우옌 콩 푸엉과 스웨덴 국가대표 출신 질로안 하마드를 데려왔다. K리그에서 검증된 이재성, 허용준 등을 영입했고 지난해 리그에서 19골을 넣은 외국인 공격수 스테판 무고사를 지켜내는 데도 성공했다.
개막 후 인천은 초반 2경기에서 1승 1무를 거두며 산뜻이 출발하는 듯했다. 그러나 이후 5경기에서 내리 패하며 곧바로 흔들렸다. 느슨한 조직력과 수비 불안이 문제로 지적된다. 인천은 현재 최소 득점(4점)과 최다 실점(15점)을 기록 중이다. 경기 중 부정확한 패스나 상대 움직임을 놓치는 잔 실수가 유난히 잦다. 여기에 무고사, 이재성, 남준재 등 주전들이 잇따라 부상에 허덕이며 상황은 더 나빠졌다.
인천은 구단 창단 멤버인 임중용 수석코치에 감독 대행을 맡기기로 결정했다. 임 감독대행은 선수 시절 2004년부터 8년 간 인천에서 뛰었고, 2년 전부터 인천 코치를 맡아왔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