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총성없는 전쟁’ 확전…화웨이 봉쇄작전에 이어 중국 학자들 비자 무더기 취소

입력 2019-04-16 17:00

독일에 이어 벨기에도 중국 이동통신업체 화훼이 장비의 사이버안보 위협 논란과 관련, “그런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화웨이의 유럽 5세대이동통신(5G) 장비시장 진출을 봉쇄하려는 미국의 전략에 큰 차질이 생겼다. 오히려 중국은 미국 퀄컴에 이어 스웨덴 통신장비업체 에릭슨의 반독점 위반 혐의를 강도높게 조사하며 역공을 펼치고 있다. 미국 역시 일부 중국인 학자들의 비자를 취소하며 스파이 활동 방지를 위한 방첩 작전을 확대하는 등 미·중간 ‘총성없는 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벨기에의 ‘사이버안보센터’는 그동안 벨기에 이동전화 회사들에 장비를 공급하는 화웨이의 사이버안보 위협을 분석한 결과 “관련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15일 전했다. 사이버안보센터의 대변인은 “지금까지 (화웨이 장비의) 스파이 활동 위협과 관련된 기술적 암시를 찾아내지 못했다”면서 “아직 최종 보고서는 아니며, 계속해서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유럽 국가들에게 “화웨이의 5G 네트워크 시스템을 도입하면 스파이 활동에 노출될 수 있다”면서 화웨이 장비를 도입하는 국가와는 민감한 정보를 교환할 수 없다고 경고해왔다. 그러나 벨기에 뿐 아니라 독일도 5G 이동통신망 구축 사업에서 화웨이를 배제하지 않기로 했다.

요헨 호만 독일 연방통신청 청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5G 이동통신망 설치를 위한 주파수 배분 입찰에서 “어떤 장비 공급자도 특별히 배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호만 청장은 “모든 사업자들이 시스템에 화웨이 기술을 활용하고 있어 화웨이를 배제하면 디지털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과정이 지연될 것”이라며 “독일의 어떤 기구도 화웨이의 (스파이 활동) 우려를 뒷받침할 내용을 접수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화웨이 공세에 맞서 중국도 미국 퀄컴에 이어 스웨덴 에릭슨을 상대로 반독점 위반 혐의 대해 조사에 착수하는 등 역공을 펼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국가시장감독총국이 지난 10일 중국 휴대전화 제조사들의 문제제기에 따라 에릭슨의 베이징 사무소에 조사요원 20여명을 투입해 전격적으로 조사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업체들은 에릭슨이 중국의 3G와 4G 표준필수특허 라이선스 분야에서 반독점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 분야의 표준필수특허는 퀄컴, 에릭슨, 노키아 등에 집중돼 있다.

앞서 중국에서는 미국의 퀄컴이 장기간 반독점 조사를 받은 끝에 2015년 1조원 가량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이는 당시 중국이 해외 기업에 부과한 반독점 벌금중 최고액이었다.

미국은 스파이 행위를 우려해 일부 중국인 학자들의 비자를 취소하는 등 중국 학자들을 대상으로 방첩 작전을 확대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 연방수사국(FBI)가 중국 정보기관과 연계된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 학자들의 입국을 막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미국 비자를 취소당하거나 검토대상에 오른 중국인 한자들은 사회과학 분야 교수 학회장, 정부 정책 전문가 등 30명에 이른다고 NYT는 전했다.
지난해 1월 미국 비자가 취소된 중국 난징대학의 주펑 교수. 바이두캡처

중국 난징대학에서 남중국해 연구센터를 이끄는 주펑 교수는 지난해 1월 로스앤젤레스 공항에서 귀국하기 전 FBI 요원들로부터 여권을 제시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FBI 요원들은 주 교수 여권에서 미국 비자에 검정펜으로 ‘X’ 표시를 한 뒤 “중국으로 돌아가라”고 통보했다.

중국 사회과학원 미국연구소의 우바이이 소장은 1월 미 애틀랜타에서 한 행사에 참석했다가 FBI 조사를 받고 비자가 취소됐으며, 사회과학원의 루시앙 연구원도 지난해 미국 비자가 취소됐다. NYT는 “미국이 중국의 스파이 행위나 상업적 절도, 정치적 개입 등을 의심하면서 학자들에게도 문을 닫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