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선장 이준석씨의 옥중편지…용서받지 못할 죄에 반성

입력 2019-04-16 15:22 수정 2019-04-16 15:50

304명의 꽃다운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 당시의 선장 이준석씨의 옥중편지가 참사 5주기를 맞은 16일 일부 공개됐다.

희생자 가족들에게 사죄하는 마음을 담은 이 편지는 팽목기억공간조성을 위한 시민대책위 공동위원장 장헌권(62) 서정교회 목사가 지난해 11월 수감 중인 이씨와 주고받은 것이다.

하루도 그날을 잊어본 적이 없다는 이씨는 편지에서 “많은 시간이 지나갔지만 지금도 용서받지 못할 큰 죄를 짓고 항상 죄책감 속에 사로잡혀 있다”고 참회했다.

“지난날을 수없이 돌아봐도 저 자신이 미워지고 화만 난다.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기에 답답하고 가슴이 아프다”

이씨는 “악몽에 시달릴 때도 있다”며 “모든 것이 괴롭고 힘들더라도 반성하고 기도드리며 지내고 있다”고 근황을 밝혔다.

그는 “지금도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슬픔과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 힘들게 지내는 모든 유가족에게 다시 한번 머리 숙여 사죄드리고 용서를 빈다”고 토로했다.

이씨는 5년 전인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시 단원고 수학여행단 등 승객들에게 “움직이지 말라”고 방송을 한 후 자신만 목포해경 123정을 타고 배를 탈출해 국민적 공분을 샀다.

살인 혐의가 적용된 이씨는 2015년 11월 재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돼 현재 전남 순천교도소에서 수감 중이다.

앞서 장 목사는 세월호 침몰 당시 승선했다가 구속된 선원 2명의 서신을 2017년 3월 공개한 바 있다.

세월호 조타수 고 오용석씨가 옥중에서 장 목사에게 보낸 편지에는 “세월호 선미 화물칸 2층 외벽을 천막으로 대체해 바닷물의 유입이 급속히 이뤄졌다”는 세월호의 급속한 침몰원인 등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수감 도중 폐암 진단을 받고 가석방된 오씨는 2016년 숨졌다.

조기장 전영준씨는 장 목사에게 발송한 편지에서 “되돌릴 수 있다면 내 목숨으로 대신하고 싶다”며 눈물어린 속죄의 심경을 전했다.

장 목사는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광주지법과 고법에서 세월호 1·2심 재판이 열리는 동안 광주교도소에 수감된 세월호 이준석 선장을 비롯한 선원 15명에게 ‘양심선언’을 종용하는 편지를 보냈고 이후 이따금 서신을 주고받고 있다.

장 목사는 2016년 9월에는 당시 박근혜 대통령에게 “자식을 잃은 부모의 심정을 모른다면 국가 지도자로서 자격이 없다”며 “역사에 오점을 남기는 불행한 대통령이 되지 않기 위해 역사적 과제인 세월호의 진실규명을 서둘러 달라”는 공개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그는 2015년과 2016년 세월호 참사를 소재로 한 시집 ‘차마 부를 수 없는 꽃’과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2권을 잇따라 발간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