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총회장 김충섭 목사)가 부활절을 맞아 성명서를 발표했다.
기장 총회는 16일 죽음을 이겨내고 생명을 안기신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은총이 성도와 교회, 민족 위에 함께하길 기도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는 성경 말씀으로 시작됐다. 기장 총회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우리에게 승리를 주시는 하나님께 감사하노니 그러므로 내 사랑하는 형제들아 견실하며 흔들리지 말고 항상 주의 일에 더욱 힘쓰는 자들이 되라”(고전 15:57~58a)는 말씀을 인용해 한국교회의 지난 역사를 기억했다.
기장 총회는 “그리스도의 복음은 절망하던 민족에게 희망의 빛이 됐다”면서 “일제강점기 고을마다 세워진 교회는 민족해방의 그루터기가 됐고 이후 군사정부의 고난을 겪으면서도 진정한 하나님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교회가 위기에 처해 있다고도 진단했다. 성명서는 “소중한 전통 위에 서 있는 한국교회가 점점 세속화되고 있다”면서 “부활의 능력으로 갱신되고, 정체성을 회복해 사랑과 생명, 평화와 화해의 교회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기도했다. 이하는 성명서 전문.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민족과 함께
- 세상의 평화를 위하여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우리에게 승리를 주시는 하나님께 감사하노니 그러므로 내 사랑하는 형제들아 견실하며 흔들리지 말고 항상 주의 일에 더욱 힘쓰는 자들이 되라”(고전 15:57~58a).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죽음을 이기고 생명을 안겨주신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은총이 여러분과 교회와 민족 위에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그리스도의 복음은 처음부터 빛을 잃고 절망하던 민족에게 희망을 주는 빛이 되었습니다. 일제의 강점으로 나라의 주권을 빼앗긴 시기에 고을마다 세워진 교회는 민족해방의 그루터기가 되었으며, 3.1만세 운동을 펼치는 바탕이 되었습니다. 만주, 미주, 러시아로 흩어진 이들에게도 소망이 되었습니다.
복음 안에서 ‘하나님의 의’에 눈을 뜬 한국교회는 산업화와 도시화의 거센 물결에 희생당한 이들의 삶의 현장으로 들어가 함께 생활하고 연대하며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더불어 사는 세상을 실천했습니다.
겉으로는 경제적 부흥을 외치며 안으로는 분단을 이용해 국민을 기만하고 주권을 저당잡으며 인권을 짓밟던 군사정부에 맞서 고난을 받으면서도 진정한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전하기도 하였습니다.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대한 한국기독교회 선언”을 통해 갈라진 조국의 현실을 아파하며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민족의 하나 됨을 위해 헌신해 왔습니다.
제주 총회에서는 역사의 소용돌이 가운데 희생당한 제주민들을 추모하며, “주어진 인식의 늪에 빠져 진실을 외면해 온 이 땅의 교회들이 역사적 무지에서 벗어나” 화해하고 용서하고 서로 사랑하는 하나님 나라를 위해 기도했습니다.
이런 소중한 전통 위에 서 있는 한국교회가 초심을 잃고 점점 세속화되고 있습니다. 부활의 능력으로 갱신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교회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사랑과 생명과 평화와 화해의 교회로 거듭나기를 바랍니다.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을 이루며 민족에게 희망을 주는 평화의 도구가 되기를 원합니다.
연약한 이들과 더불어 살며, 다음 세대에 소망을 주는 교회로 새로워지기를 바랍니다.
부활의 능력 안에서 승리를 주시는 하나님께 감사하며 굳게 서서 흔들리지 말고 주의 일에 더욱 힘쓰는 교회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장 김충섭 목사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