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총선에서 중도좌파 진보 성향의 사회민주당(이하 사민당)이 16년 만에 제1당으로 올라섰다. 핀란드 법무부가 15일(현지시간) 공시한 최종 개표 결과에 따르면 사민당은 17.7%의 득표율을 기록, 전체 의석 200석 가운데 40석을 차지했다. 17.5%로 39석을 차지한 극우파 민족주의 정당인 핀란드인당은 1석 차로 2위를 차지했다. 집권세력의 한 축을 구성했던 국민연합당이 17.0%의 득표율로 38석으로 3위를 차지했으며, 집권세력 핵심인 중도당은 13.7%를 기록해 18석 줄어든 31석에 그치며 4위에 머물렀다. 이어 녹색당이 11.5%로 이전보다 5석 많은 20석을 얻었다.
핀란드의 이번 선거 결과는 중도우파 정부의 예산 축소에 대한 유권자들의 심판으로 해석된다. 유하 시필레 총리가 이끌던 중도당은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교육비 지원 축소 및 실업급여 지급기준 강화를 추진해 국민의 반발을 샀다. 반면 안티 린네 사민당 대표는 시필라 총리의 긴축 정책을 비판하며 재정지출을 늘려 사회복지제도를 개혁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현지 언론은 증세를 통해 현재의 ‘북유럽식 사회복지모델’을 유지하자는 진보 세력의 주장이 유권자들의 큰 지지를 받은 것으로 분석했다. 또 이번 선거에서 핀란드인당이 핀란드로 오는 이민자 및 난민들을 제로(0)로 줄이겠다는 반이민 공약을 강조하며 의석수를 늘리는데 성공했다.
이원집정부제를 채택하고 있는 핀란드에서 국가원수인 대통령은 국민이 직접 선출하고, 행정부 수반인 총리는 원내 과반을 차지하는 정당 또는 연립정당의 대표가 맡는다. 따라서 린네 사민당 대표가 총리가 되려면 다른 정당들과 연정을 통해 과반인 101석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핀란드 정부는 통상 3~4개 정당이 연합해서 꾸려져 왔다. 2014년 5월 사민당의 대표로 선출된 린네는 같은 해 6월부터 2015년 5월까지 연정의 재무부 장관을 역임한 바 있다.
린네 사민당 대표는 “다른 2∼3개 정당과 연정 협상을 벌일 것”이라며 “견해차에도 불구하고 핀란드인당과 연대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사민당이 핀란드인당과 연대하면 핀란드에서 좌파와 우파가 결합하는 새로운 정치실험이 이뤄진다. 하지만 그동안 이민 문제에 대해 유화적인 사민당이 극단적인 반이민 정책을 주창하는 핀란드인당과 연정 파트너가 되는 것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이 때문에 현지 언론은 사민당이 3위 국민연합당과 연정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하고 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