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32라운드까지 진행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최강자는 FC 바르셀로나가 확정적이다. 시즌 종료까지 6경기를 남겨두고 있는 상황에서 2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승점 차는 9점이다.
스페인 코파 델 레이(국왕컵)에서도 오는 5월 발렌시아와 결승 단 한 경기만 남겨두고 있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 모든 것을 쏟을 차례다. 바르셀로나는 17일 새벽 4시(한국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누캄프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경기를 치른다.
바르셀로나는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 여유를 부리다 일격을 맞았다. 이탈리아 AS로마를 상대로 1차전에서 4대 1 대승을 거뒀음에도 2차전 원정 경기에서 0대 3 완패를 당하며 쓰라린 탈락의 아픔을 겪었다. 에르네스토 발베르데 감독은 만용의 대가를 잘 알고 있다. 1차전 승리에도 방심하지 않고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0대 0 무승부를 거뒀던 지난 13일 SD우에스카와의 프리메라리가 32라운드 경기를 살펴보면 챔피언스리그에 총력전을 기울이겠다는 발베르데 감독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당시 바르셀로나는 대부분의 주전 선수들에게 휴식을 부여했다. 리오넬 메시, 루이스 수아레스, 세르히오 부스케츠, 헤라르드 피케, 아르트루 멜루, 클레망 랑글레 등 맨유전에 나섰던 대부분 선수가 경기에 나서지 않았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맨유와의 연전을 치르며 지쳐있는 몸을 휴식하는 시간이었다. 리그 최하위 우에스카를 상대로 여유를 부렸다. 케빈 프린스 보아텡, 말콤, 카를레스 알레나, 리키 푸이그, 무사 와귀에, 아르트루 비달 등 백업 요원들을 출전시켰다. 맨유전을 염두에 둔 발베르데 감독의 복안이었다.
누캄프에서 치른 바르셀로나의 챔피언스리그 전적은 그야말로 경이적이다. 홈구장에서 당한 챔피언스리그 패배는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2013년 5월 4강 2차전에서 바이에른 뮌헨에 0대 3으로 패했다. 이후 치른 30경기에서는 27승 3무의 압도적인 전적을 기록했다. 16강에서도 프랑스 리옹을 상대로 1차전 원정경기에서 빈공 끝에 0대 0 무승부를 거뒀지만, 누캄프로 돌아와서 5골을 퍼부었다. 원정팀 입장에서는 꺼려질 수밖에 없다.
맨유도 비관적인 소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알렉시스 산체스와 네마냐 마티치가 부상에서 복귀했다.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원정 경기에서 좋은 기억도 있다. 이탈리아 유벤투스 원정(2 대 1 승)과 프랑스 파리 생제르맹 원정(3대 1승)에서 승리를 거뒀다. 특히 16강전에서는 홈에서의 0대 2 패배를 뒤집으며 짜릿한 역전승을 맛봤다. 올레 군나르 솔샤르 감독이 “이번 시즌 우리는 좋은 팀을 상대로 원정에서 승리했다”며 긍정적으로 상황을 바라보는 이유다.
맨유의 마지막 4강 진출은 꽤 오래전이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이끌던 2010-2011시즌 파죽지세로 준결승까지 진출해 독일 샬케 04를 꺾고 결승에 올랐다. 공교롭게도 맨유의 마지막 4강 시즌 당시 결승에서 그들을 꺾었던 상대가 바르셀로나다. 당시 메시는 결승골을 기록하며 승리의 주인공이 됐다.
바르셀로나는 맨유에 단 1점 앞서고 있을 뿐, 승부는 언제든 뒤바뀔 수 있다. 결승에서 만났던 9년 전과 달리 올 시즌에는 8강이라는 비교적 이른 시점에 만났다. 그때처럼 바르셀로나의 승리로 끝이 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