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초 해리 케인의 파트너 자리를 두고 싸웠던 경쟁자들은 이제는 동반자가 됐다. 케인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지금, 합심해 팀의 공격을 이끌어야 한다. 잉글랜드 토트넘 홋스퍼 공격수 손흥민과 루카스 모우라 얘기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케인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고민을 거듭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팀 내 최다 득점자이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17골을 기록하며 득점왕 경쟁을 이어가던 케인의 부재는 토트넘으로서는 큰 타격이다. 그 자리를 손흥민과 모우라가 대신해야 한다.
두 선수의 최근 발끝 감각은 날이 서 있다. 손흥민은 지난 4일 크리스탈 팰리스와 10일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연속골을 터뜨렸다. 새로 개장한 토트넘홋스퍼 스타디움에서 1호 골을 터뜨리더니 연이어 맨시티와의 챔피언스리그 8강전 경기에서도 결승골을 기록하며 역사에 이름을 새기게 됐다. 케인이 없는 상황에서 토트넘의 가장 강력한 공격 옵션이다.
모우라도 이에 못지않다. 지난 13일 허더즈필드와의 프리미어리그 33라운드에서 3골을 몰아치며 신구장 1호 해트트릭의 주인공이 됐다. 모우라의 활약은 단순히 득점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다른 2선 공격수들과 연계하며 특유의 경쾌한 움직임으로 중앙으로 밀집된 상대 수비를 공략한다.
문제는 함께 타격대로 나설 이들의 조합이다. 이들은 허더즈필드전에서 팀의 4번째 골을 합작하며 순항을 알렸으나 다음 상대는 프리미어리그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맨시티다. 18일 상대 안방인 맨체스터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경기를 치른다. 손흥민과 모우라가 라인을 끌어올려 공격적으로 나설 그들의 후방 뒷공간을 공략해야 한다.
손흥민은 지난 허더즈필드전에서 비교적 많은 휴식을 취했다. 후반 42분이 돼서야 막바지에 그라운드에 투입됐다. 이마저도 페르난도 요렌테가 상대 선수와 충돌하며 고통을 호소해 예정에 없던 교체였다. 숨 고르기를 한 만큼 손흥민의 맨시티전 선발 가능성은 거의 확정적으로 볼 수 있다. 1차전에서 득점을 터뜨렸던 좋은 기억도 있는 만큼 맨시티 입장에서 손흥민은 요주의 인물이다.
토트넘으로서는 합계 점수에서 한 점 차로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치르는 원정 경기다. 1차전 때보다 훨씬 수비적으로 내려앉은 운영을 선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맨시티 미드필더진들은 수비 전환 과정에서 커버 속도가 굉장히 빠른 편이다. 짧은 간격을 유지한 채 공격적으로 나설 그들의 수비 공간에서 균열을 일으켜야 한다. 역습에서 맨시티의 수비적인 약점을 찾아내야 하는 것은 토트넘 공격진들의 몫이다. 지역방어에 우선 집중하는 만큼 모우라는 출전하더라도 중앙 지향적 움직임을 가져가거나 후반 중반이 돼서야 조커 카드로 투입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포체티노 감독은 지난 2월 손흥민과 모우라의 투톱을 실험해 본 전례가 있다. 당시 모우라가 전방에 포진하고 손흥민이 왼쪽 공격수 자리에 있었다. 두 선수 모두 안정적인 활약을 펼쳤다. 손흥민과 모우라의 변칙적인 투톱이나 최전방에 선 손흥민을 모우라가 지원하는 형태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
요렌테를 중심에 서고 손흥민과 모우라가 좌우 측면에 위치하는 것도 공격 옵션 중 하나다. 요렌테의 제공권 장악 능력과 뛰어난 연계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책으로 볼 수 있다. 손흥민과 모우라가 양 측면에 간격을 좁게 배치해 전방 압박을 수행하면, 요렌테가 페널티박스 내에서 몸싸움을 펼치는 식이다. 요렌테가 만들어낸 포스트 플레이나 세컨드 볼 과정에서 손흥민이나 모우라가 득점을 만들어낼 수 있다. 손흥민과 모우라를 중심으로 꾸려질 토트넘의 공격진은 한 시즌 농사의 성과를 판가름할 가장 중요한 열쇠다.
송태화 객원기자